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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Nov 23. 2019

죽음이라는 선물

떠난이가 우리에게 남긴 의미

간혹 갑작스런 죽음을 마주 할 때가 있어.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니까, 그런 소식의 빈도가 더 자주더라. 그런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쿵 내려 앉아.



왜, 갑자기



진짜 갑작스럽고, 너무 슬퍼 할 말을 잃게 되지. 2017년의 죽음들과 마주 했을때는 이 세상에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하고픈 마음이 컸어. 2019년의 죽음들과 마주할 때는 그냥 그 사람들이 그리워. 보지 못한다는 슬픔이 너무 커.  나는 직접적 관계가 아니니까, 조용히 있어야하지만.  그래도 슬퍼.



나이는 들지만, 마음은 젊어



큰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씀. 나에게 하신 말씀이 새하얀 배경으로 들려. 해맑게 웃는 모습, 정말 보고 싶더라. 그 당시에는 정신없고, 비정상적 상태여서 충분히 인사를 못했어. 그냥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그림에 몰입했지. 글을 쓸 수 없는 상태였거든. 시간의 무게는 진했고, 난 무거움을 색으로 풀어냈어. 이제야 꽁꽁싸맸던 슬픔을 조금씩 내어봐.



큰엄마는 주로 부엌일을 하셔서 뒷모습이 많이 기억나더라. 소식을 들었을 때, 손한번 더 잡아드릴껄 하는 생각이들어서. 눈물났어. 사촌언니랑 얼마전 그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말을 하더라고.



이 세상에서 사명이 끝나면,
하늘나라로 가는거래.



맞어! 큰엄마는 삶에서 충분히 많은 일들을 하셨어. 자식도 셋이나 키우셨고, 맛난 음식도 많이 해주셨고, 무엇보다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셨어. 맞아. 큰엄마는 이 곳에서의 사명을 다하신걸꺼야. 그래서, 하늘로 가신걸꺼야.



그러면서 갑자기 내 삶이 떠오르더라. 내가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난 왜 살고있지?



이 땅에서 내가 해내야하는 일,  그게 아직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거, 그것이 바로 내가 사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명의 탄생은 정말로 축복하고, 축하할 일이지. 하지만, 이 땅에서의 죽음 또한 가치있고,  의미로웠던 일일꺼야. 미래에 아주 미래에 내가 이 땅에서 사라져 하늘로 돌아갈 때, 그 때 날 그리워해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그들의 마음 속에 살 수 있는거잖어. 큰엄마가 지금 내 마음속에 사는 것처럼. 그런것처럼.



힘낼께! 그래서 더욱 힘낼께!
죽음을 생각하니, 삶이 더 영롱하게 빛나네.


힘내서 살아가야지, 나에게 아직 해야할 일들이 있으니까.  그게 살아있는 우리에게 남긴 선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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