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꿈도 꾸지 않았던 로또 당첨이 내 인생에서 일어나다니, 참 인생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의: 숫자와 기호가 나오지만, 살짝살짝 스킵하시면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
계산해보면, 8145060분의 1입니다. 약 팔백만 분의 일이죠.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살짝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통계학을 전공했습니다. 로또 같은 거 믿지 않았죠. 이유는 확률이 극히 낮으니까. 800만 분의 1 이란 확률을 풀어서 말하면 이렇습니다. 1회 차에 800만 번을 사야 한번 당첨된다는 말이죠. 한 줄을 사는데 1000원의 돈이 드니 1000원 곱하기 800만 번을 하면 대략 8,145,060,000원이 필요합니다. 약 80억 어치를 사야 한번 당첨된다는 거죠. 1등 당첨되기 위해 80억 원어치 복권을 구입하는 바보는 없겠죠. (복권 종이가 많아 당첨돼도 찾기 어렵겠어요. 참고로, 구입 시 주의사항에는 1인당 1회 10만 원까지 구입할 수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아주 통계적인 이유로 저는 로또를 거의 구입하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다른 즐길거리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지난주 수요일, 석가탄신일에 신랑과 수원에 놀러 갔어요. 제가 빙수를 꽤나 진지하게 좋아해서 빙수 맛집을 찾아갔고, 마침 주변에 아웃렛이 있어서 신나게 출발했지요. 빙수가 너무도 맛있어서, 기분이 달달했어요. 기분이 아주 높이 날았죠. 차를 타고 출발했죠 쇼핑할 생각에 들떴어요. 자동차 내비게이션 노선에 빨간불이 켜졌어요. 실제로도 진짜 밀렸죠. 휴일이긴 해도 밀릴 길이 아닌데, 너무도 밀리는 거예요. 빨리 가서 예쁜 옷을 보고 싶은데, 하늘도 이렇게 파랗고 높은데, 차 안에서의 시간이 답답했어요.
도대체 왜 밀리는 거야?
답답함이 궁금함을 뚫고 나왔어요. 나중에 앞으로 가다 보니 인도 쪽 차선이 고구마가 목에 꽉 메이는 것처럼 밀려있었어요. 그곳을 지나니 시원하게 미끄럽게 차가 출발했죠. 근데 진짜 재밌는 게 뭔 줄 아세요? 다름 아닌 로또가게가 오른쪽 가에 위치해 있었죠. 1등 당첨된 숫자가 20명이 넘었다는 현수막을 보았죠. 사진을 찍지 못해서 정확하진 않지만.
세상에 생각해보세요. 로또가게 때문에 길이 밀린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더군다나 매우 통계적이고 수학적으로 접근하면, 800만 분의 1이에요.
저의 대답은 예상하셨겠죠? 복권을 살 돈이면, 다른데 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죠. "나 통계학과 나왔어." 이러면서 말이죠.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매우 매우 희박하다고.
신랑은 한 발 물러나서 옷을 사고 나서 집으로 가는 길에 들려보자고 했죠. 저는 잠시 후의 일이니까 건성건성으로 "그러던지"라고 대답했어요.
아웃렛에서 진심을 다해 쇼핑을 했죠. 그러고 난 뒤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내비게이션에게 물었죠. 근데, 신랑은 진지하게 아까 본 로또가게를 말하는 거예요. 저는 진짜 당첨되는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그냥 집에 가자고 했죠. 신랑은 그러면 집에 가는 길에 그 가게가 나오면 로또를 사자는 거예요. 저는 찾기 힘들 거라 생각해서 "그래"라고, 말하며 한 발짝 물러섰어요.
길을 헤맸죠.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가게 이름도 모르고, 그냥 감에 이끌려서 가는데 찾을 수 있겠어요. 우리는 완벽히 길을 잘못 들었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헤매고 있는 길에서 살짝 직진을 하니 아까 그 로또가게를 향하는 자동차 행렬이 보이는 거 아니겠어요. (물론 아까는 반대방향에 저희가 있었습니다.) 재미로 사는 거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버리는 샘 치고.
네이버에서 퍼왔어요.
우리에게 있는 현금은 7000원.
나름 큰 손인 저는 살 거면 2만 원어치 사자고 했는데, 신랑은 그냥 있는 현금만 사자고 저를 다독였어요. 당첨될 거면 조금을 사도 당첨된다며. 가게에 갔더니 사람이 꽤나 있더군요. 거리두기를 하면서 줄을 서도록, 바닥에 표시가 되어있었죠. 한 명씩 쓱 쓱 가시더라고요. 제가 살 차례가 되어서 말씀드렸어요.
3000원어치 주세요.
보통 만원 단위로 사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쓱쓱 로또 종이를 뽑고 계시는 분이 제 얼굴을 한번 쳐다보시더니, 바로 3000원어치 복권을 주셨어요. 제가 3000원어치 샀으면, 신랑은 얼마 샀게요? 맞아요. 4000원어치를 샀지요. 저희를 의아하게 쳐다보시더라고요.
그렇게 로또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으로 오는 길에 우리는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로또 1등 당첨되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자. 로또 당첨되면, 우리 집 대출도 갚자. 차도 하나 사는 거야. 즐거운 상상을 했답니다. 통계적으로 800만 분의 1이지만, 들뜬 상상들은 저를 꽤나 즐겁게 해 주었죠.
시간이 지나서, 토요일이 되었어요. 진짜 요즘 일이 바빠 이것저것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신랑이 저에게 말했어요. "오늘 토요일이지? 로또 추첨했겠다." 저는 일요일 저녁에 로또 추첨을 한다고 말했죠. 신랑은 토요일이라며, 인터넷을 찾아보라 말했어요. 찾아보니, 토요일 밤 8시 45분부터 추첨을 시작하더라고요. 시계를 보니 저녁 8시 45분은 넘었고, 9시는 안된 시간이었죠. 이미 번호는 나온 거죠.
이때부터 살짝 두근거리기 시작해요. 저는 왠지 5만 원에 당첨되거나 당첨되지 않거나 이 둘 중에 하나일 것 같았어요. 그냥 느낌이 그런 거 있잖아요. 운전 중인 차에서는 어지러워서 당첨 확인을 하지 않았어요. 5분도 되지 않아 집에 도착했어요. 주차장에 차를 정차해놓고, 로또 번호를 맞춰보자고 했죠. 신랑도 약간 들뜬 느낌이었어요.
출처: 로또 홈페이지
내가 산 로또 종이
6과 21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재빨리 세 번째 줄로 직행했어요. 3번째 줄 중간부터 숫자를 맞춰나갔죠. 36.. 있다. 38.. 있다. 39.. 도 있다. 43... 도 있네!! 꺅!!! 두근두근 30까지 있어!! 심장이 쫄깃했어요.
오빠, 나 로또 당첨된 것 같아!
얼떨떨한 목소리로 신랑에게 말했죠. 기뻐 날뛰는 느낌도 아니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느낌. 아니 뭐가 뭔지 현실 파악이 안 되는 느낌으로. 신랑은 재빠르지만 조심스럽게 제 로또용지를 가져가서, QR코드를 찍어보았죠. 당첨금액은 나오지 않았고, 낙첨이란 글자만 확인한 신랑은 안되었다고 말했죠.
아니야 3번째 거 당첨이잖어!
맞습니다. 로또에 당첨된 거 맞고요! 매우 신이 났어요. 4등이 당첨되었다고 나왔으니까. 신이 났죠. 4등의 당첨금액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들떴답니다. 재빨리 찾아보니 5만 원이더라고요. 살짝 아쉬웠지만, 기분은 둥둥 날아다니더라고요. 2등 번호가 30이었는데, 그거 맞았는데.. 왜 4개만 맞았다고 하는지 몰랐어요. 로또의 룰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람이었죠. 뭐, 결론적으로 저는 4개의 숫자가 맞아서, 5만 원의 당첨금을 받았답니다.
분모에는 45개 중에 6개를 뽑는 경우의 수를 놓고, 4개는 당첨번호(6가지 숫자)에서 뽑고, 나머지 2개는 당첨되지 않은 번호(39개(45-6)의 숫자)에서 뽑으면 됩니다.
로또 4등 수식
이걸 계산하면, 1/(732.7989) = 약 1/(732.8) = 약 1/733이죠.
즉, 733분의 1의 확률이었다.
(오랜만에 확률 계산하느라 힘들었다. ㅠㅠ)
전체 숫자적 확률로 보면, 4등 확률은 733분의 1이지만, 나에게 100% 일어난 일이었어요. 이미 과거가 돼버린 사건!! 두둥!
삶이란 우연의 연속이죠. 확률게임으로 하면 정말 희박한 일이지도 모르지만, 그 일이 나에게 진짜로 일어나면 그건 100% 되니까. 희망을 가지고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매주 로또를 구매하진 않겠지만, 한 번쯔음의 행운과 꿈에 대한 기대는 잊지 말아야겠죠. 내게도 로또가 당첨되는 일이 일어났으니까.
돈으로 바꾼 로또 당첨금
P.S.: 로또 당첨을 기념하여 쓰는 글입니다. 생각보다 당첨금액이 많지는 않습니다. 이 돈은 소중히 저에게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