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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Dec 25. 2016

크리스마스에 친구를 떠나보내며...

크리스마스다.

유난히 성탄절 같지 않은 이 시절

카톡으로 메시지가 왔다.

'친구가 하늘나라에 갔다는...'

아...

눈물이 났다.

아플 때 전화라도 한 번 더 해 볼걸

카톡으로만 안부 전하며 메시지를 보냈는데...


5년간 병마와 싸우며 고생했던 그의 인생이 카카오스토리에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유언도 함께...



저와 인연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말씀을 꼭 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새벽 2시 45분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갑니다.



그리고 떠올려보았다. 기억 속에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을...

고등학교 때 집과 학교 걸어서 30분 정도 걸렸다. 당시 버스 노선이 있었지만 너무 사람이 많아서 아침엔 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그 친구와 집에 오는 길에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집에 오는 가로등 길 언덕을 오르고 내려오는 장면이 떠 오른다.

유난히 성격이 밝고 축농증 때문에 고생했던

고등학교 힘든 시절을 같이 했던 친구다.

그때 같이 했던 친구들

기억이 아른거려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나는 얼굴들


그 시절의 친구였다.


그리고 4년 전쯤

그 친구가 아프다며 20여 년 만에 친구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죽기 전에 같이 한번 보자며 본 동창회였다.


두해 정도 그 친구를 보았고

아픈 몸이었지만 유쾌하고 도인스러운 말을 했다.

그리고

작년, 올해 송년회 때는 보지 못했다.


1월 1일 다 같이 병문안 가자고 하고 헤어지고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는데

'하나도 안 변했네 ㅋㅋ' 하며

답장을 주었을 그 친구는

그때 유언의 마지막 글을 쓰고 있었을 줄이야...


성당에서의 '사도 예배'는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천국에서,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부활을 믿는다며 신부님의 목소리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조용히 그를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진한 아메리카노에 카페에서 들어오는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쓴다.


그리고 다짐한다.

더 많이 전화하고

만날 수 있을 때 한번 더 볼 수 있도록 해야지

마흔이 넘어가면서

친구가 죽을 수 있구나 하고

처음 느꼈는데 앞으로 이런 시간들이 더 많겠구나 싶으니

무엇을 위해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았나 싶다.

세상 속에 많은 이들이 생존을 위해 뛰어다니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또 죽어가고 있었는데

한발 물러서 보니 이제 그 모습이 보였다.

이곳이 '세상'이었구나

그리고 그 '세상'을 잠시 '소풍'이라 말하며

그동안 맺은 인연들에게 '사랑'한다며

떠난 친구...


나 또한 이런 기억으로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새겨졌다가

지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 사람 한 사람 인연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잘 가라.

그리고 다른 세상에선

아프지 말고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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