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제목에 "마흔"을 넣은 건 "불혹"을 넘으니 비로소 인문학 책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사장이 걸어왔던 길을 쭉 따라 걸어보았다.
문학 - 죄와 벌
기독교 - 신약성서
불교 - 붓다
철학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과학 - 우주
이상 - 체 게바라
현실 - 공산당 선언
삶 - 메르세데스 소사
죽음 - 티벳 사자의 서
나 - 우파니샤드
초월 - 경계를 넘어서
청소년 시절 머릿속에 고민과 번민이 많아지면서 '뇌'의 주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은 순서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길을 걷거나 보거나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생각하는 틀은 채사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근, 현대 철학 및 과학 교육 등에 의해 나도 모르게 만들어졌다. 유물론과 합리주의...
그래도 초월의 영원을 꿈꾸면서...
"누구든 이 지혜를 나찌께따와 같이 깨닫게 되면, 그와 같이 죽음으로부터 해방되리라"
우파니샤드의 마지막 문장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인간의 근원적인 소망 이리라
어쩌면 나에게는 이 동일한 말을 어려서 익숙하게 접한 성경에서 더 많이 들었다.
16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한복음 3:16
4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요한계시록 21:4
그러나 한동안 이 근원적인 물음은 "현실" 이란 단어를 앞세우며 생각하지 않기로 했었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한강 발원지 검룡소부터 강화도까지 답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다 강화도에서 물에 빠졌다. 바닷물이 그렇게 빨리 밀려들어올 줄 모르고...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흰 빛"을 보았던 것 같다.
그것이 "티벳사자의 서"에 나오는 빛인지, 아니면 단순히 뇌에 어떤 전기적인 시그널이 시세포에 전달이 되어 "빛"으로 느껴졌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인공호흡으로 깨어났을 때 느꼈던 감정은 기억난다.
'아... 죽으면 흰 세상으로 가는구나. 그리고 없어지는 것이구나... 천국과 지옥.. 이런 게 있는 게 아니구나'
어쩌면 난 '티벳사자의 서'에 나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아서 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긴 휴가를 끝내고 월요일이 되면 다시 직장으로, 긴장의 세계로 돌아간다.
그러나 열한 계단 마지막에 나온 글귀가 인상에 남는다.
"여행자. 그것이 모든 나라는 존재의 직업이고 숙명이다. 나는 노동자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고 즐기며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리고 그러한 길고 긴 여행 중에서 우리는 운명처럼 성장할 것이다."
작가의 성장 과정 속에서 나의 옛 기억들을 떠올려 보았다.
올 한 해는 책을 읽으며, 여행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시가 고3 담임 선생님 시집에 나왔다는 걸 알고
전화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번 만나 뵈야지...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