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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Nov 24. 2019

소재 국산화는 진행 중

디스플레이 엔지니어의 일상 편

"수석님. 뭔가 좋은 느낌이 드는데요. 패터닝이 잘 나왔습니다. "


"노광량은? 현상 시간은 얼마 정도에 공정이 잡혔지? CD는 얼마 정도 나왔어? Defect 수준은? 음... 이번 재료 괜찮은데?"


포토 재료를 개발하고 있는 우리 팀의 일상의 대화이다.


어제 대통령의 한일 지소미아 연장 소식을 들으며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협상의 카드가 더 많아지겠구나 하고 속으로 되뇌었다. 일본 재료 중심으로 평가하다가 최근에 국산 재료도 병행 평가를 하면서 내심 일본 재료보다 좀 더 좋은 특성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좋은 결과가 어제 나오면서 만감이 교차되었다. 한 공정의 재료 개발에만 2년 넘 평가하고 있는 중에 조심스럽게 "가능성"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일본 소재는 크게 일본 회사 독자 재료도 있고, 한일 합작 회사의 재료도 있다. 일본 업체가 일본에서 생산하여 직접 납품하거나, 일본의 원재료와 제조공법은 일본이 소유하면서 한국의 설비를 이용하여 제조하는 합작회사, 그리고 일본 및 국산 재료를 구매하여 제조 공법을 직접 연구개발하여 국산회사에서 직접 소재를 생산하는 국산회사... 이 세 회사의 재료를 평가하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한일 합작 회사의 경우 지분을 50대 50으로 가져가더라도 원재료의 조합 비율 및 재료의 특성에 대한 정보가 한국 회사에는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재료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3자 미팅을 통해 논의를 할 때 비로소 한국 소재 회사는 재료의 특성에 대해 일본 재료회사로부터 정보를 얻게 된다. 즉 고객 회사에서 요청이 들어올 때에만 재료에 대한 정보를 얻 구조이다. 어찌 보면 한국 소재 회사가 독자적으로 재료를 생산하게 되면 더 이상 일본 회사의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최대한 핵심 정보는 일본이 가지고 있고, 생산 설비만 빌려 쓰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작 회사가 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한국의 회사들은 일본의 전진 기지 역할로 전후 기술력을 올려왔고 상당 부분은 더 이상 합작회사가 아닌 독자적으로 일본의 제품과 동등한 성능을 가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재료 기술에 있어서는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일본의 핵심 기술을 단지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원재료까지 내려갈 경우 70% 정도까지 외국산 재료를 사용하고 그중 상당 부분이 일본산이다. 자유 시장경제 안에서 각 나라별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분업 생산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훨씬 이득을 가진다는 경제학 원론의 기초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될 부분이다. 그러나 경제 영역이 정치 영역과 충돌이 생길 경우, 매우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  때 비로소 국력이 낮고 실력이 없는 나라는 후회하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지금 우리고 보고 있는 현실이 그게 아닐까...



 그리고 하나의 기사를 보았다. "소재, 부품, 장비 관련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슨 법일까? 기사에는 너무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이곳저곳 찾아봤는데 못 찾겠다.



실제 소재를 개발하는 업무를 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의 인프라 대비 소재 업체의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FIB-SEM을 비롯한 각종 분석 설비들이 잘 갖추어진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소재가 제조 현장의 설비에서 어떻게 특성이 잘 나오는지 알기 위해서는 실제 제조업체의 현장에서 평가를 해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조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환경안전 규제 절차와 재료 안정성에 관한 담보가 되지  않는 한 평가하기가 어렵다. 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을까를 팀원들과 소재 개발 담당자들과 논의를 했다.


만약 소재 개발을 하고 있는 업체들을 위한 전문 분석 기기들을 정부 출연 연구소나 대학의 인프라를 이용하여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매우 민감한 재료 정보들을 암호화하여 권한이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시스템에 올려서 분석 결과를 빠르게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소재업체와 제조업체 간의 긴밀한 논의를 위한 화상 회의 시스템을 지원해 줄 수는 없을까? 소재 관련 환경안전 프로세스를 좀 더 체계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을까?


좀 더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정부나 국의원들이 들을 수는 없을까?...


신문 기사에는 대학과 정부 기관이 자문단을 꾸린다고 나와있다.

또 대폭적인 예산 지원도 된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정작 현업에서는 어떤 도움도 받지를 못 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위 기사들에 나와있는 정책들은 실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가? 정말 하기는 하는 것인가? 예산은 어디로 새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국회의원들을 잘 뽑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똑똑한 공무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이 모이는 곳에 비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투명한 공공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2중, 3중의 서로 감시 체계가 작동되고, 문제가 될 때 엄벌을 줄 수 있다면 좀 더 빠르게 소재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주말 오후 커피 한잔의 여유가 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월요일이 되면 또 정신없는 날 들의 연속이 되리라...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 주변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자문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나의 젊은 청춘이 너무 쉽게 흘러가버릴 수 있기에 주절주절 몇 마디를 남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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