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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noey Mar 02. 2022

사용자 인터뷰로 진짜 문제 찾기

고객 바로 알기

이 글을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분들:

- 사용자 조사를 안 해본 PO, PM, 프로덕트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등등
- 사용자 조사의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궁금한 분
- 사용자 조사가 처음이라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분
- 실무에서 사용자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한 분
*트로스트 브런치 매거진에 발행된 글입니다. 


대체 왜 안 사는 거야?

나는 멘탈케어 서비스를 다루는 트로스트라는 앱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트로스트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상품이 있었다. 트로스트에서 판매하는 유료 서비스들을 묶어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3개월짜리 패키지 상품이었다. ‘멘탈 재개발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트로스트의 여러 서비스들을 맘껏 이용하며 멘탈을 단단하게 재개발할 수 있기를 바라며 3개월동안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로드맵도 만들고, 패키지를 구매하면 뿌듯함을 주기 위해 백신패스같은 확인증(공신력은 없지만)도 발급해 줬다.

하지만 들인 시간이 무색하게 고객들은 이 패키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할인율이 70%가 넘었는데도! 상세페이지 디자인도 고쳐 보고, 배너 타이틀도 바꿔 보는 등 작은 변화를 주어 봤지만 결과는 여전했다.


그래서 정량적인 데이터로는 잡히지 않는 진짜 이유를 찾아,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고, 프로덕트 디자이너(나)의 주도 하에 PO와 함께 사용자 조사를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용자 조사 이후 시즌2로 내놓은 패키지 구매율은 시즌1에 비해 3.2배 증가했다.






어떤 사용자 조사 방법론을 사용할까?

사용자 조사, 또는 UX리서치는 여러 방법론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위 네 가지였다.

우리는 이 중에서 심층 인터뷰사용성 테스트를 함께 진행했다. 심층 인터뷰는 우선 고객을 파악하고 패키지 상품에 대한 니즈를 구체적으로 알기 위함이었고, 사용성 테스트는 패키지 상품 구매 과정의 사용성에 문제가 있었을지 알기 위함이었다.





사용자 인터뷰를 해보자

심층 인터뷰 전체 과정

사용자 조사를 위한 전체 과정은 위와 같다.

먼저 조사를 통해 알고 싶은 것(목적)을 설정하고, 각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개요를 작성한다. 목적에 맞는 참가자를 모집하여 선별하고, 인터뷰 스크립트를 만들고 환경을 세팅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참가자들의 답변을 정제되지 않은 형태로 기록한다. 이후 기록물을 보고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이제 각 과정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간단히 적어보려고 한다.



1. 목적 설정과 개요 작성

우선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조사를 통해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적어본다. 목적이 뚜렷할수록 인터뷰를 설계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쉽다.

나의 경우, 패키지가 왜 안 팔리는지가 궁금했기에 아래와 같이 적어 보았다.

✏️ 조사 목적   
- 패키지 상품을 왜 구매하는지, 왜 구매하지 않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한다.
- 패키지 상품 구매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설득력이 있고 어떤 부분이 약한지 파악한다.
- 참여 고객의 사용 행태와 패키지 선호 연관성을 파악한다.


그리고 조사 개요를 작성해야 한다. 앞으로 사용자 조사를 어떤 절차와 일정대로 진행할 것인지를 정리한 문서이다. 모든 과정은 목적에 맞게 설정되어야 한다.

조사 개요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2. 리크루팅 : 목적에 맞는 참가자를 뽑았는가?


모집 조건 설정하기

먼저 목적에 맞는 참가자를 뽑아야 한다.

인터뷰는 보통 5명, 부득이한 경우 3명에게만 해도 공통된 문제는 발견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패키지를 구매하는 이유와 구매하지 않는 이유 둘 다 궁금했기에 조건을 달리한 두 고객군을 각각 5명씩 모집했다.

패키지 미구매 고객은 패키지’만’의 미구매 사유를 정확하게 듣기 위해 트로스트에서 이미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을 조건으로 했다.   

패키지 구매 고객 5명

패키지 미구매 고객 5명 (단, 트로스트의 다른 서비스 구매 이력 1번 이상)


모집하기

조건을 충족하는 고객들을 리스트업하고, 이들에게 문자와 이메일로 인터뷰에 대한 모집 안내글을 발송했다.

디자이너로서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은 처음이라 떨렸던 게 기억이 난다. 광고글인 줄 알고 안 읽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제목에 신경을 쓰고, 사례금이 잘 보이도록(사례금은 중요하니까!) 가독성에 신경쓰고, 내 이름을 밝히며 좀더 부담없고 진솔하게 다가가도록 적었다.

그리고 구글 폼으로 인터뷰 신청 양식을 만들어 맨 하단에 링크를 넣었다. 구글 폼에는 기본적인 연락처 정보(서비스 닉네임, 전화번호 등)와 함께 선호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도록 했다. 신청 양식 안에 사용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을 추가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기존 사용자 대상이라 참가자의 앱 사용 이력을 볼 수 있어 생략했다. (내부적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좋을 것 같다.)


이후 구글 폼에 들어온 신청자 데이터를 보며, 충분히 신청이 들어오지 않으면 추가 발송도 하고 몇몇 고객은 직접 전화로 확인을 요청드리기도 했다.


스크리닝(Screening): 적합한 모집군을 뽑기

신청이 들어온 모든 고객들의 데이터를 보고, 좀더 조사 목적에 맞는 모집군을 선별했다. 되도록 다양한 프로필로 구성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트로스트의 사용 행태와의 연관성을 보고 싶어 구매 이력이나 가입 시기 등의 데이터를 보고 다양하게 구성되도록 후보군을 정했다.

그리고 선별된 고객들에게 연락해서 인터뷰 날짜와 시간을 조율했다.

인터뷰 시간은 1시간 남짓이지만, 인터뷰 준비나 복기 시간도 필요하므로 하루에 3회 이상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면 기력이 딸려서(..) 하루에 2회까지가 인터뷰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 마지노선이었다.




3. 인터뷰 준비하기 : 목적에 맞는 질문을 설계했는가?

이 단계에서는 환경을 세팅하고 인터뷰 스크립트를 짜야 한다.


환경 세팅

인터뷰는 통화나 줌(zoom)과 같은 화상 통화, 대면 인터뷰 등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우리는 짧은 기간 안에 원활한 장비 세팅이 어려워 대면 방식을 택했다.

대면 인터뷰에는 대화를 주도하는 진행자, 인터뷰 내용을 기록하는 서기 이렇게 최소 2명이 들어가야 한다. 참가자가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 너무 많은 인원이 들어가는 것은 피한다. 큰 기업의 경우 거울을 통해 다른 방에서 지켜볼 수 있는 전용 방이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그런 시설까지는 없어 사무실 내 회의실을 이용했다. 서기가 인터뷰 내용을 적기는 하지만, 보다 정확한 인터뷰 기록을 남겨야 하므로 녹음 장비도 필요하다. 나는 클로바노트 앱을 사용했는데, 녹음과 함께 음성인식으로 인터뷰 내용을 텍스트로 기록해줘서 유용했다.

사용성 테스트를 하는 경우 사용자가 직접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기에, 테스트용 스마트폰과 촬영용 기기가 있어야 한다. 테스트용 폰은 테스트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미리 세팅해두는 것이 좋고, 아이폰과 갤럭시 두 기종을 준비해 두었다. 촬영은 화면 녹화보다는 손과 화면이 함께 나오도록 찍는 것이 머뭇거림이나 고민의 순간 등을 포착할 수 있어서 좋다. 촬영용 기기는 간단하게 스마트폰 카메라와 스마트폰용 삼각대를 준비해 두었다.


인터뷰 스크립트 준비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고, 또 중요한 과정이다. 보통 대본처럼 고객에게 할 질문과 이어서 할 질문 등을 구어체로 나열하는데, 쉽게 답변할 수 있는 질문부터 고민이 필요한 질문까지 쉬운 순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의 경우 바로 구어체로 쓰려니 뭘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막막해서 우선 어떤 걸 물어볼지 큰 분류를 정하고 그 안에서 궁금한 것들을 쪼개어 정리했다. 그리고 각각을 질문 형태로 변환하여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렇게 도출된 질문들은 엑셀을 이용해 다시 정리했다. 인쇄해서 인터뷰에서 보면서 진행해야 하므로 인터뷰 진행자가 보기 쉽도록 구성해야 한다.

나는 아래와 같이 목적과 질문을 구분하여 시트를 만들었다.


프린트했을 때 잘 읽히면서도 장수가 너무 많아지지 않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스크립트를 계속 보면서 유도 질문이 될 수도 있는 질문은 변경하고, 질문의 순서도 조정한다. 질문의 순서를 정할 때는 쉬운 것부터 물어보면서도, 목적을 위한 중요한 질문들이 최대한 어떤 선입견의 영향도 받지 않게끔 신경쓰려고 했다.

또 어떤 질문은 답변을 예상하여 꼬리를 물 수 있는 질문들을 미리 써 두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답변을 예상해서 꼬리물기 질문을 써 두면 도움이 된다.


스크립트가 완성되면 인터뷰 전에 미리 프린트해서 준비해 둔다.




4. 인터뷰 진행하기 : 목적에 맞게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이끌었는가?



스크립트를 신경써서 작성했더라도, 막상 인터뷰를 진행하면 결국 사람과의 대화이기 때문에 100% 스크립트대로 가기는 힘들다. 흥미로운 대답을 파고들다 보면 즉석 질문이 계속 이어지기도 하고, 뒤에 나올 질문에 대한 답을 참가자가 미리 말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진행자는 오히려 스크립트를 숙지하여 목적과 흐름을 기억하고, 인터뷰를 진행할 땐 목적과 흐름에 맞게 융통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

내가 이때 가장 신경쓴 것은 아래와 같다.


꼬리물기 질문하기

미리 준비했던 질문의 답이 충분히 자세하지 않거나 유의미한 답변이 아니라면, 계속해서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며 고객의 진짜 의도와 답변의 의미를 알아내야 한다.

나의 경우 고객의 답변에서 이해한 바를 한번 더 설명하며 확인하고, 왜 그런 답변을 했는지 이유를 물어보며 답변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준비한 다른 질문을 연계하기도 하고, 즉석에서 궁금한 것들을 더 물어보며 그런 답변이 나오게 된 배경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이렇게 꼬리물기 질문을 하면서 고객과의 대화에 딥 다이브(deep-dive)하여 고객 한명한명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은 결국 고객이 왜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아는 것에 도움이 된다.


유도 질문하지 않기

“~~한다면, 사용하실 것 같으신가요?” 라는 질문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질문이지만, 좋은 질문은 아니다. 고객들은 대부분 ‘오, 네, 좋은데요.”라고 답하고는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질문보다는 고객들의 경험에서 불편했던 점(pain point)이나 비슷한 사례 경험이 있는지를 물어보려고 했다. 또는 프로토타입을 준비해서 직접 사용하게 하며 관찰하고,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묻는 것도 좋다고 한다.

몇 가지 선택지 중에 어떤 걸 선호하는지 물어볼 때는 특정 선택지를 유도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도록 했다.


고객을 탓하지 않기

그 외에 고객을 탓하는 듯한 표현도 지양했다. 예를 들면 “이런 정보들이 여기에 나와 있는데, 이것을 읽어보고 행동한 건지” 등과 같은 질문을 할 때는, 고객이 봤는데도 잊어버렸다고 하면 바보처럼 보일까봐 다르게 대답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최대한 중의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질문했다.

또 인터뷰를 하다 보면 고객이 말을 바꾸기도 한다. A를 주로 한다고 말한 고객이 나중엔 A는 잘 안한다고 말하는 식이다. 이럴 때도 말을 바꾼 사실에 대해 묻기보다는, 왜 두 답변이 서로 다르게 나왔는지를 알기 위해 A의 사용 경험이나 사용하는 상황, A에 대한 정확한 정의 등을 파고들어서 질문하려고 했다.


인터뷰 복기

1시간의 인터뷰 내내 긴장하고 집중해서 진행하느라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해졌다. 하지만 인터뷰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 남아있을 때 참여 멤버들과 함께 복기 시간을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함께 얘기하며 나온 인사이트들이 추후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고 정리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5. 분석하기 : 인사이트를 잘 도출했는가?

인터뷰가 모두 끝나고 나면 인터뷰 직후 복기한 내용과 답변 기록물 등을 가지고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한다.

인터뷰는 총 10명을 계획했고, 여러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7명만 진행했지만, 사실 진짜 문제들은 3~4명만 했을 때도 이미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들이 있다.

이렇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나 현상을 우선으로 하여 인사이트를 정리했다. 열 가지 소제목을 붙여서 글로 정리한 후 슬랙으로 사내에 공유하고, 요약한 PPT를 만들어 격주로 진행되는 전체 미팅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배운 것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고객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 사용 경험과 생각을 들으니 비로소 스마트폰 너머 사용자의 실체가 보이는 느낌이었다. 기존의 패키지 상품이 실패했던 이유는 허상의 고객을 타겟팅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고객을 보고 그들에게 집중했어야 했다.

인터뷰를 통해 직접 느끼고 보았던 고객의 모습이 머릿속에 있으니 이후 다른 프로젝트에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때도 좀더 고객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내 주장의 정성적인 근거가 되어 주었다.

또 하나, 한번 경험을 해보니 그 다음 사용자 조사는 좀더 쉬워졌다. 이후 인터뷰와 설문조사, UT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자 조사를 시도해보고 있다. 구글 폼을 이용한 설문조사나, 지인이나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캐주얼한 UT도 들이는 노력에 비해 많은 도움을 준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사람은 좋은 UT 대상이다.)


그래서 실제로 효과가 있었을까?

우리는 사용자 조사 이후, 조사를 통해 얻게 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패키지 상품을 기획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기에, 이번 상품은 배포 전에 지인들에게 캐주얼한 UT를 시도하여 피드백을 받고 한번 더 수정을 거친 이후 시장에 내어놓았다. 그 결과, 이전 상품에 비해 구매 전환율이 3.2배 증가했고 운영 리소스는 더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조사를 하기 전에 읽고 큰 도움이 되었던 책, ‘린 고객 개발’의 문장 몇 개로 마무리하려 한다.


고객 개발은 고객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살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가정을 가장 적은 노력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객 개발을 수행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그렇다. 결국 코드를 예전보다 덜 짜도 된다는 얘기다!
고객과 대화함으로써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기능의 2/5 정도만을 실제로 고객이 원한다는 사실을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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