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물킴 Sep 21. 2020

9년 차 대기업 직원이 부캐를 만들게 된 사연

브런치 매거진 <10년째 출근 중>


 : 10년 차 사회인을 모시고 인터뷰를 합니다. 10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을 함께 공유합니다. 모두에게 함께 나누되, 편견과 강요가 없는 방식을 지향합니다  


오늘의 인터뷰이

- IT계열 대기업 9년 차 직원이자,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인 솜대리님

솜대리님 브런치 바로가기

- 추천해주고 싶은 콘텐츠: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텍스트에서 영상의 언어로 변화하는 사회를 조명한다. 동시에, 이러한 시대에서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어떤 일을 하고 있든 그 시대의 '언어'를 이해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내 일, 내 삶을 넒어서 현시대에 대한 문해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1.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신다면?


 대기업 9년 차 직장인. 현재는 육아 휴직 중. 브런치에서 솜대리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한식탐험’을 주제로 내년 초 출간 예정인 원고를 퇴고 중이다. 내년 2월 회사에 복귀 예정.



 2. 지난 10여 년간의 직장생활(커리어)의 히스토리를 소개해주신다면?


 IT기업 PM으로 일하고 있다. 1번의 직무 변화가 있었는데, IT 제품 전략을 담당하다가 IT 서비스 담당으로 바뀌었다. 새로 론칭하는 서비스를 담당하는 역할이었기에 기획적인 측면이 강한 업무였다.  



 3. 한 직장을 오래 일하게 되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 장점과 단점? 


직무 전환은 일하는 환경, 역할, 방식 등 모든 것이 바뀌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같은 회사라는 틀 안에서
그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 부분이었다. 


 한 회사를 10여 년 다녔지만 직무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직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담당업무가 제품에서 서비스로 바뀌면서 다루는 프로덕트뿐 아니라 소속 조직도 달라져서 이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하는 환경, 역할, 방식 등 모든 것이 바뀌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같은 회사라는 틀 안에서 그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 부분이었다. 

 장점이라면 익숙해진다는 것. 대기업의 프로세스와 문화는 유지한 채 새로운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보니 연차가 쌓일수록 편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이 회사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성향과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커리어가 다져지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의 방식과 문화 안에서 길들여져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4. 사회 초년생 때는 미쳐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


 내가 이 회사에 이렇게 오래 다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3년 정도 일하고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워낙 혼자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라 대기업이 잘 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나, 글로벌한 업무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었다. 직무 전환을 해서 전혀 새로운 업무를 배우게 되고, 그 이후엔 또 출산 계획이 생기면서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같은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게 되었다. 
 


 5. 사회 초년생 때는 어떤 직장인이었나?


내가 만족할 만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


 내가 워낙 빡시게 일한다. 대충 하는 걸 잘 못한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도 꽤 들었다. 처음에는 에너지 조절이 잘 안돼서 많이 힘들었다. 자다가도 일 생각, 일어나자마자 일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 명확하게 아닌 건 아니라고 집고 넘어가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덕분에 쌈닭 같은 이미지도 있었다. 힘을 빼는 연습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6. 요새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가 새롭게 고민되는 시점이다. 


 복직 후 커리어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인가. 계속 대기업을 다닐 것인가 등을 고민한다. 대기업은 확실히 육아 복지가 잘 되어있다. 대기업이라는 틀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 직무 전문성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등을 고민하고 있다. 



7. 브런치 활동(솜대리의 브런치 바로가기)을 시작하게 된 계기? 


우리 나이 또래의 사람들도 접근 가능한 글을 쓰고 싶었다.


 외갓집이 종갓집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식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라면서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회사를 다니며 고정적으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태였기에,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공부할 수 없었다. 타임라인을 정하고 산출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생 칼럼지에 무상으로 한 달에 한번 콘텐츠를 기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솜대리의 한식탐험을 시작한 것이 4년 전이다. 한식에 대한 좋은 자료들도 많았지만, 지나치게 아카데믹한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나이 또래의 사람들도 접근 가능한 글을 쓰고 싶었다. 떡볶이에 대해서 적는다고 했을 때, 궁중떡볶이가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엽기떡볶이와 같은 트렌드도 함께 다루는 식이다. 한식에 트렌드를 접목한 방향의 콘텐츠가 ‘글’로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생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8. 직장을 다니면서 부캐릭터(이하 ‘부캐’)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삶을 지탱하는 또 다른 기둥이 나에게 생긴 느낌이었다.


 부캐의 일들이 나에게 큰 리프레쉬를 가져다주었다. 본캐의 라이프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항상 느껴졌다. 부캐가 생긴 이후 회사에서 얽매이는 삶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본캐의 일을 하느라 몸은 너무 힘든데, 몸이 힘든 것보다 정신이 힘든 것이 나에겐 더욱 괴로웠다. 부캐는 나의 정신을 쉬게 해 주었다. 본인 각자에게 맞는 방식의 리프레쉬와 쉼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만의 방식을 선택했고, 이 선택을 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람이다. 내 이야기가 반드시 남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9. 부캐를 본캐로 살려볼 생각은 없었나?


‘좋아해서 하는 것’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부캐를 본캐화 시켜보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가끔 원고 제안도 들어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부캐가 본캐가 되어버리는 순간 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이 생기게 될 것 같았다. 나에게 부캐란, 순전히 좋아해서 하게 된 일이었기 때문에 그 아이덴티티를 잃고 싶지 않았다. ‘좋아해서 하는 것’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본캐와 함께 병행이 가능한 방법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출근하는 길에 글을 쓰기도 하고,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유하면서 생각하는 글감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내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악착같이 아껴 쓰고 있다.



 10. 본인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고 악이 있는 성격이다. 무엇을 하든 할 때 확실히 하려고 한다. 또한, 항상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을 찾으려고 매우 노력한다. 가족이 곁에서 정말 많은 서포트를 해준다. 모든 것이 가족이 지지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11.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일이면 좋겠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그것이 꼭 명확한 형태, 목표, 성취가 아니어도 된다.  대기업에서 일해온 이유도 명확했다. 내가 해온 일들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소명이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을 때,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12.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모두가 각자의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에는 항상 고민이 따른다. 고민이 없을 수는 없다. 신입사원에게도, 10년 차에게도, 20년 차 30년 차에게도 각자의 고민이 있다. 나 역시 고민이 많다. 이직을 해야 하진 않을까,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해야 할까, 복직 후 나는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가 등.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고민하는 것 자체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또한, 모든 사회생활에는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일하는 방식, 나만의 리프레시 방식 등. 정답이 있을 것만 같고,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방법을 찾아나가기 위해 애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솜대리님께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매거진 <10년째 출근 중> 

: 10년 차 사회인을 모시고 인터뷰를 합니다. 10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을 함께 공유합니다. 모두에게 함께 나누되, 편견과 강요가 없는 방식을 지향합니다 

: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싶은 10년 차 사회인 분들의 지원을 받습니다.
작가 소개 > 제안하기 메뉴를 이용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을 퇴사하고,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