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매거진 <10년째 출근 중>
: 10년 차 사회인을 모시고 인터뷰를 합니다. 10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을 함께 공유합니다. 모두에게 함께 나누되, 편견과 강요가 없는 방식을 지향합니다
오늘의 인터뷰이
- 회계법인 마일스톤 김규현 부대표 (김규현 부대표의 CFO LETTER 구독 바로가기 )
- 추천해주고 싶은 콘텐츠: 넷플릭스 지정 생존자 / 아웃스탠딩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고 있어서 딱히 요약이 어렵네요. 기업의 성적표인 재무제표와 관련된 검토, 회계감사 등의 업무도 수행하고, 기업과 개인의 세금 업무도 많고, 경영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숫자 관련 업무 컨설팅도 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게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지난 10년은 명확하게 앞 6년과 뒤 4년으로 구분됩니다. 앞 6년은 대형 회계법인에서 직원 회계사로 생활했습니다. 대부분 규모가 꽤 큰 클라이언트의 회계/세무 관련 업무를 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숫자를 다루는 직업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으나 아무래도 일개 회계사 1명이었기 때문에 저의 생각이나 의견이 클라이언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었습니다. 제가 대형 회계법인을 좋게 생각하며 다녔던 이유는 어쨌든 전문가 사이에서 상호 간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반 대기업의 보수적인 문화와도 거리가 멀었고, 연차 차이가 많더라도 상하관계보다는 수평관계에 조금 더 가까운 문화였습니다. 물론 상호 존중의 기본 전제는 "전문성" 이기에 그에 상응하는 공부와 능력개발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해 클라이언트의 규모는 작아졌으나
업무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뒤 4년은 앞 6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작은 회계법인을 개업하여 사업을 해온 4년입니다. 업의 특성상 "사장"이 되어서도 회계/세무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고 실무와 영업을 모두 담당했고, 아무래도 제 개인의 클라이언트를 위해 업무 하다 보면 일의 몰입도가 과거와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회사 규모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직장인" 포션보다는 "사장"포션에서 영업과 회사 운영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복합적인데, 두세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아버지가 회계사였습니다. 또한, "숫자"에 대해 남들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경시대회 나가서 수상하고 이런 정도는 아니었고 여하튼 숫자나 수학에 대해서는 그래도 좀 좋아했던 편이었습니다. 대학교 입시 때도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점수 맞춰서 학교를 선택하다 보니 저의 적성과는 전혀 무관한 문과대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래서 대학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군대 전역 후에 뭐라도 먹고는 살아야겠고, 그나마 내가 저런 숫자 관련된 자격증 시험은 해볼 만하지 않겠나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전공이 국어국문학과여서 언론사에 대한 생각도 몇 달 정도 해 본 적은 있지만 그것 역시 전공에 억지로 끼워 맞춘 옵션이었을 뿐 제 적성에는 맞지 않았을 것 같고, 결국 군 전역 후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회계사 시험이었습니다.
딱 욕먹지 않을 수준으로 일하는 정도의 회계사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대형 회계법인 입사하는 순간부터 이 회사에서 오래갈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대충은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일 못한다고 욕먹기는 싫고, 그래서 욕먹지 않을 수준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평범한 회계사였습니다. 팀이나 부서에서 다른 분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면서 원만한 회사 생활했던 것 같고, 지금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만나서 서로 안부 전하고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회 초년생이었습니다.
어? 이거 잘하면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투자/사업 등에 관심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퇴사하기 1,2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어디 좋은 곳 이직할 데 없을까?"를 고민하는 평범한 회계사였습니다. 모든 사고의 전환점은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이었습니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했던 운동에 완전히 중독되었었고, "어? 이거 잘하면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동업자 몇 명을 모아서 크로스핏 사업을 부업(?)으로 시작했었습니다.
그 경험이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 돈이라고 하는 게 꼭 월급을 통해서만 벌 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 '나 스스로 사업 방식을 구조화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사업이 진행된다는 게 엄청난 재미를 주는 일이구나' 이게 말이 쉽지, 피부로 느끼는 건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걸 처음으로 느낀 경험이 저 크로스핏 부업이었고, 크로스핏 사업은 금전적으로는 별 재미 보지 못하고 정리하였지만 2년의 경험은 큰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크로스핏 사업이 막상 시작하려면 꽤 목돈이 필요한데, 제가 그런 돈이 없으니 동업자를 모았던 거고 그 동업자 중에 회계사가 몇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세명이 지금의 회계법인 마일스톤을 창업하게 된 거죠. 전혀 상관없는 사업이었지만, 사업이라는 게 이렇게 이렇게 돌아가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이렇게 해결하고 하는구나. 가볍게 몸풀기했다고 치고, 본격적인 우리의 본 사업을 시작한 거였죠. 크로스핏은 좋아하는 운동이지만 내가 직접 잘하는 부분이 아니었고, 회계/세무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였기에 뛰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몰입도입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내가 직장에서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있거나
2) 이 직장이 아니면 진짜 먹고살게 없거나
3) 이 직장이 너무 좋아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거나 등
그런데 이런 동기부여가 있더라도 몰입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대신 내 회사를 하게 되면 반 강제적으로 저 몰입도가 장기간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창업도 이제 4년밖에 되지 않아 이 몰입도 마저 언젠가는 줄어들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그래서 수많은 사업가들이 끊임없이 "성장"을 갈구하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은 몰입 정도가 왔다 갔다 하더라도 내 월급이나 내 삶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사업을 직접 하면 몰입의 정도에 따라 회사의 존폐가 바뀔 수도 있고, 그만큼 회사에 소속된 구성원의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아직까지는 회사를 성장시키고 영업하고 등등 굉장히 공격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게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현재에 가장 몰입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뭐가 됐든 꾸준히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동력은 결국 재미와 즐거움
제가 회계/세무 자체가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재미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회계/세무라는 재료를 가지고 다른 재미를 찾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회계/세무를 택한 것은 재미가 아니라 그냥 자격증 즉, 돈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배운 지식이 이거였고, 남들에 비해 잘할 수 있는 것도 이거였기 때문에 이 분야, 이 재료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지금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요소는 결국 이 지식을 활용해서(즉,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 누군가에게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판매하고,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회사의 내실을 가꾸고, 회사의 비전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제가 잘 아는 것들은 다양한 콘텐츠로 공유하고 등등 이런 게 저는 재밌습니다. 요약하면,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을 토대로 재미와 즐거움을 잘 찾아가면 한 분야라고 해도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밸런스
사회생활을 하든 뭘 하든 처음 시작부터 "하고 싶은 일"만 해서 돈도 잘 벌고 성공하는 삶이 있다면 가장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부분은 엄청나게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꽤 오랜 시간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 시기가 필요하고, 다만 그 방향성을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집중시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하고 싶은 일"만 하지 않았습니다. "해야 하는 일"을 당연히 더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하고 싶은 일"의 포션을 늘려가면서 회사 영업도 하고 조직관리도 하고 있고, 이 방향성이 결국은 롱런의 뿌리가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당연 인간관계입니다. 이건 직장인이든 사장이든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사가 만사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가장 어려운 일은 인간관계일 듯합니다.
어설프게 하는 것이 최악
회사 생활도 어렵고, 바깥 생활도 어려운 거 같습니다. 내가 회사 생활을 잘할 수 있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좋은 회사를 찾아 그 회사와 함께 최대한 성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내가 바깥 생활을 잘할 수 있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회사는 경험의 시간으로 잘 활용하고 적당한 타이밍이 되었을 시점에 승부를 봐야 합니다. 둘 중에 하나만 잘하면 될 것 같고, 둘 다 어설프게 하는 게 최악인 것 같습니다. (예컨대 회사 생활 어설프게 하면서 바깥 생활 동경하거나, 바깥 생활하면서 어설프게 안정을 바라거나)
제 개인적으로는 원하는 체중까지 다이어트하고 제발 좀 평생 건강하게 유지했으면 좋겠고, 회사 차원에서는 최근에 블로그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둘 다 잘 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규현 부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매거진 <10년째 출근 중>
: 10년 차 사회인을 모시고 인터뷰를 합니다. 10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을 함께 공유합니다. 모두에게 함께 나누되, 편견과 강요가 없는 방식을 지향합니다
: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싶은 10년 차 사회인 분들의 지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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