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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Oct 23. 2020

배우들이 정말 갑질을 할까?

갑질이라는 프레임은 결국 '일을 하는 누군가의 태도(attitude)에 대한 문제입니다. 


특히, 미투처럼 권력자나 상위계층에 놓여있는 사람의 태도를 말하는데요. 갑질 프레임에 씌워진 누군가들은 억울할 수도 있을것입니다. 그들 역시 불쾌하고 억울한 상황을 때때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갑의 왕관을 쓴자, 무게를 견뎌라.


굳이 유명한 사람 뿐만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일을 하는 태도를 어떻게 갖추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누구든 연차와 경력이 쌓이면 상급자의 포지션을 언젠가는 경험하게 되기에 올바른 일에 대한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술을 먹고 누구를 때렸다더라, 다음날 집앞까지 찾아가서 빌고 왔다더라 등 업계에서 일하며 배우들의 실수담을 들을 일은 참 많습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은 어떤 것도 곧이 곧대로 믿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 모든 것을 믿고 있지는 않습니다.


썰만 믿고 겁먹은 채 만났지만,
실제로 내가 경험한 그 사람은 결국 좋은사람이더라는
결론에 닿은 적이 꽤 많았기 때문입니다.



40여편의 담당했던 영화를 돌이켜봐도 '갑질'이라는 키워드에 떠오르는 사람은 딱히 없었습니다. 딱 한 명 떠오르던 어떤 배우가 있었습니다만, '갑질'이라는 키워드에 넣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알콜을 매우 사랑하던 그 배우는 종종 일로 모인 자리에 잔뜩 취해오거나, 술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갑질'이라기 보단 '비상식적' 예술혼이라는 해석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일하면서 기분이 나쁠수도, 무례할수도 있지만 '권력을 가진 자에게 당한 불합리한 처사'라는 경험은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일은 같이 사무실에서 일했던 사람들에게 더 많이 경험했던 씁쓸한 기억이 드네요.(ㅎㅎㅎ)



배우들은 엄청난 무게감에 시달립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높은 개런티도 받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돈이 무게감을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그 무게감은 과정과 결과에 대한 높은 예민함으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결국 본인의 얼굴이 그 모든 것을 때때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많은 스텝들이 있는 행사장에서 주연배우에게 큰소리로 혼난 적도 있었습니다. 기분 나쁜 것과는 별개로 그 배우가 왜 그렇게 예민하고 부담스러워하는지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배우들은 함부로 언행할 수 없습니다.


결국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판단하고 선택해야만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것도 개의치 않고 행동할 수 있는 배우들은 상위 1% 정도나 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하는 배우들은 권력에 대한 잘못된 이해라기 보단,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오판의 사례가 더 많았습니다. 이는 사실 어느 직장에서도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상급자의 오류들이었습니다. 꼰대 상사가 있듯, 꼰대 배우들도 있는 것이죠.



미담은 잘 퍼지지 않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의 뒷담화는 빠른 속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퍼져나갑니다. 매우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잘되고 있는 사람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보단, 망가지고 추락하길 바라는 마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많이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옆에서 바라본 '배우'라는 직업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사랑만큼 시기와 미움도 견뎌내야하는 탄탄한 정신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싸가지 없는 것이 갑질은 아닙니다.


예의없고 존중없는 배우들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예의없고 존중없는 스텝들도 참 많이 봤습니다. '을'이라고 해서 예의가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결국 갑이든 을이든,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며 일을 할 것이나는 마음가짐과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해줬으면, 칭찬해줬으면, 격려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일대 일로 만났으나, 높은 수준의 인성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나의 마음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기대는 결국 많은 경우의 수로 실망을 부르고 마음의 상처를 남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이 모든 것은 견뎌야 한다


결국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배우'라는 인적 자원이 있습니다. 상품이자, 이 산업을 지탱해주는 동력이기도 합니다. 개인으로 존재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 영화를 넘어 산업을 책임져야 하는 배우들의 무게감을 쉽게 짐작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장생활의 모든 승진에도 높은 수준의 책임과 리더쉽이 요구되듯,
배우라는 직업은 세상이라는 직장에서 그 책임과 리더쉽을 심판받게 됩니다.




영화계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정보 구하기 조차 쉽지 않아 어려워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계 비하인드' 매거진을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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