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거지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들어줘서 고마워. "
초반부 지안은 아저씨를 위기로 몰아가는 인물이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사채빚에 쫓기던 지안은 도준영에게 다가가 박상무와 아저씨 박상훈 부장을 회사에서 내보내 주겠다고 한다. 한사람당 천만원씩 이천만원에. 도준영은 허술하게 일하는 윤상무보다 눈치 빠르고 손 빠른 지안이 더 낫겠다 싶어 지안에게 일을 맡긴다. 지안은 아저씨 몰래 핸드폰에 도청프로그램을 깐다. 그렇게 도청하며 얻은 정보로 박상무를 지방으로 보내 버린다.
이제 남은 건 아저씨 박상훈 부장.
사내 정치에 관심 없고, 딱히 남 눈치 안 보는 태생이 기술자인 아저씨를 골로 보내는 건 지안에게 일도 아닌 일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 가면 보면 볼수록 안쓰럽고 불쌍하다. 삼형제중 둘째지만 유일하게 자식 구실하는건 아저씨 밖에 없고, 와이프는 하필이면 앙숙인 도준영과 바람이 나 있고, 도준영은 대학 선배이자 내연녀의 남편인 아저씨가 보기 껄끄럽다며 회사에서 밀어내려 한다. 아저씨는 누구에게도 이런 '벌'을 받을만한 원한을 산 적이 없다. 그저남편, 가장, 아들, 부장 노릇을 성실하게 한 것 밖에 없다.
지안은 그런 아저씨가 안쓰럽고 애처롭다. 지안에게 아저씨는 천만원이 아니라 점점 지켜주고싶은 어른이 되어간다. 어쩔 수 없이 도준영 편에 서 있지만, 정체를 숨기고 도준영 몰래 아저씨를 도와주는 지안. 크고 작은 위기들을 조심스레 넘어 지안은 결국 아저씨가 상무가 되는데 힘을 보탠다. 지안의 속 깊은 바람은 현실이 되었고, 이제 좀 순조로워지나 했지만. 아뿔싸. 지안의 정체가 드러나고 만다. 가장 알리고 싶지 않은 아저씨에게. 지안은 아저씨를 피해숨어버린다. 자신이 잡히면 아저씨의 상처가 다른 사람에게 가쉽이 되어버린다는 걸 알기에
작은 몸을 웅크리고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안은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난 아저씨가 건낸 첫 마디는 "고맙다."였다. 지안은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얕잡아 보거나 동정하지 않았다.
아저씨는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아저씨를 불쌍하게 만드는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바람을 피는 부인에게 정신 차리라고 경고를 하기도 했고, 자신을 이용해 아저씨의 숨통을 쥐락펴락하려는 도준영에게 날선 칼을 들이밀기도 했다. 지안은 있는 힘껏 아저씨를 지켜냈다. 아저씨는 그런 지안이 고맙고 미안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짐하고 지안에게 약속한다. 행복해질거라고.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살겠다.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거야."
<나의 아저씨>는 초반부 말이 많았던 드라마였다. 폭력적이다, 로리타 컨셉이다 등등...하지만 나에게 이 드라마는 논란 많은 드라마라기보다 아프고 뭉클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다루고 있는 정서는 '위로와 응원'이라고 본다. 서로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안과 상훈. 둘은 서로에게 괜찮다며, 까짓것 아무일도 아니라며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손을 내밀어주는 사이다. 지안은 처음으로 어른다운 어른을 만났고, 상훈은 처음으로 자신을 토닥여 주고 지켜주는 아이를 만났다. 지안은 말한다. 상훈을 만나는 동안 살아내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상훈은 늘 버티기만 하던 지안이 처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해 준 어른이다. 상훈은 지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를 살려주려고 니가 나타난 것 같다고. 자신이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이라는걸 알게 해 준 지안.
서로에게 어른이 되어 준 두 사람. 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프고 뭉클하다. 우연히 만난 아저씨와 안부를 주고 받으며 꼭 밥 한끼 사겠다는 지안의 말에 눈물이 났다. '밥 좀 사죠'라며 시크하게 문자를 하던 지안이 이제는 정말 어른이 되어 아저씨를 만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어른인척하는 아이가 아닌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지안. 엔딩에서 그런 지안을 볼 수 있어 행복했고, 불쌍하고 우울한 아저씨가 아닌 유쾌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아저씨를 보게 되어 좋았다.
<나의 아저씨>를 보며 가만히 내가 만난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나이를 떠나 나에게 짧게나마 어른이 되어준 사람들. 나도 그들처럼 꽤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길, 누군가에게 그런 어른이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