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 Apr 04. 2023

[프롤로그] 나는 여름이 싫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박이 있어 행복한 여름. 


   누군가 나에게 어느 계절을 제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겨울’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과 가을도 좋다. 따뜻한 햇살, 살랑이는 바람, 형형색색의 꽃들과 단풍 덕분에 산책하기도 여행하기도 좋은 봄과 가을도 당연히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계절에 대한 나의 대답은 ‘겨울’이다. 따뜻한 옷으로 꽁꽁 싸매 입어도 빼꼼히 나온 눈과 코는 얼어붙을 듯 차갑고, 입으로 코로 내뱉는 숨에 날카로운 바람이 온몸으로 들어와 몸속 장기가 얼어붙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도, 그 상쾌하고 차가운 공기가 나는 너무 좋다. 펑펑 내리는 눈도 좋고, 추운 날 한참 길을 걷다 들어간 카페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도 정말 좋다. 






   수박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겨울의 예찬론을 펼치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고백건대 나는, 좋아하는 겨울과 반대로 덥고 습하기만 한 여름이 참 싫다. 후덥지근한 데다 어디서든 마스크를 써야만 했던 지난 3년간의 여름은 정말 최악이구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어제도 더웠고, 오늘도 덥고, 내일도 더울 여름날은 떠올리기만 해도 지겹고 힘들다는 생각만 든다. 그럼에도 이토록 싫은 여름날을 무사히 지날 수 있게 해 주는 수박이 있어 참 다행이다. 살면서 좋은 날이 더 많을까 싫은 날이 더 많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어떤 때는 좋은 날이 더 많은 것 같고 또 어떤 날은 반대일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돌이켜보면 싫은 날들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이처럼 더워서 싫은 여름날을 찬란하게 빛내주는 수박이 있기에 무더운 여름날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니 나의 수박 예찬은 싫은 여름이 있어 가장 빛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그래서였을까. 수박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며 떠오른다. 나 자신의 이야기부터 부모님과 친척들과 남편과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끝에서 나는 언제나 웃고 있다.




  


  수박은 나에게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이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해 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렇게 수박은 내게 사랑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는 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수박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수많은 사랑에 대하여. 


매거진의 이전글 수박을 고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