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길

by 남연우



감정이 새 나올까

고개를 돌리면

깎아지른 감정선이, 옆선을 타고 흐른다


고개를 숙인 슬픔이

더 진해졌다

쏟아질 것 같았다


속내를 감춘

절반의 얼굴이 더 인상적인 너


앞에 서면 앞서가기 바빠서

뒤에 서면 뒤따라가기 바빠서

놓쳐버린 옆모습


네 옆에 서서 바라볼게

나란히 걸어갈게

곁을 내어줘


눈앞에 놓인 앞길이

너무 대쪽 같아서

가팔라서

부쩍 말수가 줄어든 너

옆길로 가자꾸나


구부정한 들길이 들쑥날쑥

들판에는

들꽃 허브향 논골 갯내음

들숨에 숨비소리가 들려


가을빛 타오르는 황금 머리카락

지금이야, 지금

옆을 바라봐

기댈 어깨를 내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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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자발적 고독을 만났습니다.

풀밭에 저 혼자 서 있는 모습이 안돼 보였습니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할 말 쏟아내기 바쁜 세상을 향해

그녀는

무슨 잘못을 저지른 사람같이

자신을 성찰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처음에는 정면을 바라보면서

같이 고개를 수그리고

무슨 일인지

표정을 살폈습니다.


입을 다문 그 얼굴에

깊은 사유가 담겨 있었습니다.

정적을 깨울까 봐

나지막한 언덕을 내려와서 다시 되돌아보았습니다.

옆모습이 더 매혹적인 그녀,


다시 올라갔습니다.

노란 테슬 달린 숄을 얼굴에 가만히 두르고

감정선이 다스리는 이목구비

아름다웠죠!


우리는 정면을 강조합니다.

"세상 똑바로 바라봐!"라고 말이죠.

감정을 들키기 싫을 땐 고개를 옆으로 돌립니다.

자신도 잘 못 보는 옆모습에는 숨기고 싶은 마음이

묻어있습니다.

옆을 내어주는 일, 외로움을 나누는 품입니다.

곁을 내어줘야 누구든 다가옵니다.

쌀쌀하니 찬 바람만 붙여놓은 적 많았는데요....


매정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면서

앞길만 달려오진 않았나요?

옆길도 있습니다.

빛 좋은 가을날 내 고향 들판이 생각납니다.

들길은 정형화되어있지 않아 좋습니다.

구부정하니 들쑥날쑥 걸음 닿는 대로

쑥부쟁이 여뀌 고마리 들꽃 향내 맡으며

논골 도랑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들숨을 한가득 마시고 싶습니다.

거기 깊은 바다를 헤엄쳐 온 숨비소리 들릴 겁니다.

황금빛 내리쬐는 뙤약볕

눈부신 머리카락

지금 당신 곁에 서 있는

이가 있다면

어깨를 가만히 기대도 좋을

가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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