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그림자

by 남연우



창가에 서서 흑백 셀카 촬영하는

그림자,

얼짱 각도 인상이 이쁘다

두 폭 걸어놓은

파도 끝자락은

풀꽃을 누빈 레이스 실거품


막새바람이 살그랑살그랑 불어와

리아스식 해안 맞부딪는 파도

그 사잇길

제 속을 드러내 보인 시스루

투과한 광선이

지나가는 엷은 비취 구름에

귀얄기법 잔물결

그렸다 지웠다,


환상을 붙잡으려 내민 손가락이

물거품에 젖은 갈매기 되어

허공으로 날아간다

커튼 뒤에 숨은

빛과, 그림자 은밀한 유혹

만나지 못할 별리




지난 토요일 가을장마가 푸르게 걷히면서

깨끗한 태양이 제 모습을 드러낸 날

창가에 비친 선명한 그림자를 보았어요.

너무 새롭고 처음 본 것 같은 인상에 놀라워했답니다.

줄곧 매달려 있는 커튼이었는데 말이죠.

광선의 채도가 투명할수록

그림자도 진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런 걸 흑백 셀카라 부르고 싶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서로 유희하는.


시스루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빤히 보이고

드러내 보이는 것.

내가 아닌 남이 볼까 봐

이리 감싸고 저리 싸매고 꽁꽁 숨겨서

안 보여야 비로소 안심하는 마음!

가끔 드러내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가끔씩 필요하지 않을까요.

내보임으로써 저리 예쁜 무늬 만드는 풀꽃을 보면

내면도 드러내어 햇볕도 쐬고

바람에 말려야

숨구멍도 트이고

소통이 될 겁니다.

단, 마음이 맞는 사람과요.

아무에게나 내보이면 내 약점을 잡히니까요.

그래서 힘든 겁니다.

시스루? 노 시스루?



잠시 후 흐릿해지는 그림자,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재빨리 비켜줍니다.

금세 진해지더니 다시 흐릿 찐해집니다.

구불구불 리아스식 해안에 밀려오는 파도를 걸어두었었나?

실체와 그림자는 서로 만나지 못합니다.

손을 대려는 내 손가락도 그림자 되어

어색한 인형극을 연출합니다.

우리의 인생살이 희비극 같기도 하구요.

이 날은 보름간 이어지던 비가 그친 날

해를 보는 그림자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오늘 또 보고 싶습니다.


10년 이상 된 셀프 핸드메이드 커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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