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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Jan 03. 2022

새해, 새로운 길

-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새해로 명명된 해는 일출부터 남다르다. 더 웅장하고 새뜻한 새빛 옷을 갈아입고서 짜잔, 동해 수평선 위로 나타난다. 잠결에 덜 뜬 눈을 비비고 영접하노라면 진짜 달라 보인다. 배경이 어디가 되건 세상은 그를 위해 앞길을 열어준다. 인적 없는 바닷가 지평선 산등성이 어디건 집단 최면을 걸면서, 붉게 물드는 해바라기들 나이 한 살 더 먹이면서, 새로이 군림하는 태양신의 노예가 되어도 좋기만 한 새해.    

 

둥근 해도 무게감을 부풀리며 더 번쩍번쩍 비추는데 나라고 가만있을쏘냐.

검은 호랑이가 칠흑 속에 어슬렁거리며 야광 눈빛 쏘아보는 숲 속 어느 외진 곳에 나를 세워두고 싶다.

인간 대 호랑이,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다.

지구 최상위 포식자로서 공정한 기싸움이랄까.

호랑이도 정의라는 게 있지 않을까.

자신의 생존 권역 영역을 침범하는 자는 용서치 않는 생존 정의라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생존을 위협하는 소식 듣고서 호랑이를 떠올렸다.

불의 앞에 생존 무기인 날카로운 앞발톱을 치켜세우는 동물적인 본능을.


아이들 겨울방학과 맞물려 식품 소비량이 많아지는 이때 내가 자주 가는 대형 마트 입구를 봉쇄하는 조치를 내렸다. 가장 정의로운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이런 극악무도한 법을 공포 시행한다고 한다. 당장 급한 대로 휴지와 쌀을 사들였다. 배달 주문하면 되지 않냐고 또 묻는다. 물건은 보면서 고르는 재미와 선택권이 있다.

내가 먹고 소비하는 식량과 물건을 남에게 대리시켜 짐을 지우고 나르게 하는 행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주문이 밀리면 제때 오지도 못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시민인 내게 누가 어찌하여 장을 보라, 마라 간섭한단 말인가. 내 돈 주고 내가 산다는데.

마스크 쓰고 가만있는 사람 태클 거는 백신패스, 식당패스, 백화점패스, 도서관패스, 마트패스 운운한다. 패스당한 사람들이 마스크 벗고서 새로운 감염원이 되어 돌파감염 걸리는 현실을 부정하면서. 국민이 임시로 준 국가 권력 남용이자 횡포이고 위헌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느 누구도 내 장바구니를 건드는 이는 없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옛말이 일러주듯 누구든지 목구멍을 건드리는 자는 포도청으로 직행한다.

역린을 건드리는 행위이다.

검은 호랑이도 공감, 앞발을 세워 손뼉 친다.  

    

식도를 죄여 오는 공권력에 치를 떨면서 세상에 없는 길을 걷고 싶다.

가서, 내 모습 시험대로 세워놓고서, 관찰하고 싶다.

체력 정신력 모두 모두 민감하게 저울질하고 싶다.

코끝 알싸한 냉기가 불어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측정 평가해주고 가리라.

어디로 가면 좋을까.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棧道-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 선반처럼 달아서 낸다) 그리로 가보자.



주상절리 억겁의 시간 지층을 마주하고서 지워지지 않는 한 점을 새겨 넣으리라.

간밤에 날린 눈발이 희끗희끗 1cm 남짓 적설량을 응달 바위틈에 감춰두었다. 

입체감을 돋보이게 만드는 자연의 흑백 데생이 산하를 미술관으로 변모시켜 놓은 한탄강에 발을 내디뎠다.    

순백의 한탄강이 흐름 그대로 멈춰져 굽이를 틀고 있다.

깊숙한 협곡의 시공간으로 들어왔다.

협곡 단층에 층층 시루떡처럼 기록한 도서관을 읽는다.



언어는 자연 그대로의 상형문자, 직관력과 감성의 언어를 총동원하여 온몸으로 더듬더듬 읽는다. 굽이치는 물결, 둥그스름 원만한 화강암, 절벽에 뿌리를 드러낸 나무, 지층을 형성한 현무암, 포르르 날아가는 작은 산새, 영상으로 오른 철원의 온화한 공기…     

새해를 맞이한 사람들은 이 벼랑길을 걸음으로써, 기존에 없던 샛길을 만들어내고자 새로운 시선과 의지를 정비하고, 낡은 습관에 먼지를 털어 똑딱똑딱 작은 선반을 낼 것이며, 어제 지녔던 낡은 내 모습 치렁치렁 주머니 탈탈 털어 비워내고, 새순을 꺼내고자 다짐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없던 이 잔도를 기꺼이 걸음으로써.

     

오, 물푸레나무들!

흰 타원형 얼룩이 수피에 그려진 물푸레나무 군락지이다, 이곳은.

‘물푸레나무’ 이름을 들으면 가슴이 묘하게 설레는 파동을 일으킨다.

애쉬(Ash) 원목 테이블을 갖고 싶었다. 아름다운 표고로 파동 치는 물결이 그려진 애쉬 원목을 쓰다듬으며 내 나이에 걸맞은 나이테를 새겨 넣고 싶었다.

언젠가 나뭇결이 오롯이 살아나는 훌륭한 목수를 만나서 주문 제작하려고 한다. 물푸레 책상에 앉아서 나의 시가 되는 언어들을 물을 퍼 올리듯 춤추게 하고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다. 나의 꿈 물푸레나무!    

 

신은 물푸레나무의 심미안을 각별하게 여기시어 표식하고자 흰 점을 툭툭 찍어두셨다. 약 54만 년 전~ 12만 년 전 사이 현무암 용암류가 덮고 침식작용이 새로운 물길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한탄강 벼랑 곁에 물푸레나무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 위험천만한 곳에 엉거주춤 서서 길을 내리라곤 생각지 못한 잔도를 내어가며 기어이 나타난 사람들을 향하여 협곡 가이드 역할을 하는 물푸레나무들의 자태에 혹하여 고소공포증을 다스리며 감탄을 머금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앞뒤 구별 소용없다. 그대로 멈추면 완성된 시간, 완벽한 공간인 것을!

창문을 낸 고층 구조물 아파트에 살건 여기 절벽에 살건 마찬가지인 것을!

어디에 살건 맑은 바람 숨 쉬며 바르게 살아가는 삶이 최선인 것을!    

 

돌개구멍(하천 암반 바닥에 생긴 원통 모양의 깊은 구멍으로 자갈이 물과 함께 회전하며 바위를 갈아내면서 만들어짐) 원형 테두리 따라 새들이 둥글게 모여있다. 코랄색 다리를 죽죽 앞으로 휘저으며 나아가는 녀석들도 보인다. 푹 파인 돌개구멍 안에 영양가 높은 성찬들이 차려진 모양이다. 둥근 밥상 가에 모여서 일가 식구들 점심 만찬 먹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하나같이 어쩜 저리 통통한지 복스럽다.     


 

어느 구간 물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린다. 내려다보니 밤새 내린 새하얀 패딩을 겹쳐 입은 바위들이 물살에 세게 부딪히며 내는 소리이다. 여기저기 툭툭 박힌 바위들을 피해 가느라 물줄기가 흩어지며 휘돌아 흐른다. 작은 소용돌이가 굽이치고 급류가 생긴다. 조용히 흐르는 시냇물보다 활기차고 생동적이다. 귀가 열리고 시선을 끈다. 물도 여울목에서 아우성쳐야 산소가 발생하여 자정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목소리를 낼 때는 낼 줄 알아야 한다. 바위 절벽에 자라는 돌이끼가 포집한 눈발도 회화적이다. 화강암 캔버스에 얼룩덜룩 4B 연필로 삿갓조개를 그린 것 같기도, 눈은 대단한 화가이다. 바위를 통째 탁본하여 표구해놓았다.   

  

 

철원의 겨울은 항상 추위를 체감하는 바로미터, 소주병이 깨지는 영하 최저기온 장소답게 바위 고드름 빙벽 얼음 폭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대리석 샹들리에 조각 작품 같은데 정교한 예술 작품을 능가한다. 낙하하는 순간의 물줄기가 얼음 기둥이 돼버렸고, 아래 용솟음치는 물기둥도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장 역동적인 추락을 멈추고 보존한 얼음 물살 고드름을 하나 똑, 떼어다가 입에 넣어 빨면서 물방울을 조금씩 마시고 싶다. 막대기로 변한 고체 폭포를 손에 들고 먹는 거니까. 급진적인 물의 형상을 보존하는 겨울왕국에서 겨울잠 자는 동물들이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포 차원 극소량의 에너지만 소비하면서 늙지도 않고 깨어나 보면 어느새 천국 같은 봄이 돌아와 있는.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다. 흘러가는 시류도 멈춰서 쉼이 필요하다. 제대로 흘러가는지 점검하고 반성할 시간이. 성급하게 패스 남발, 부작용이 뒤따른다. 장바구니까지 침해할 줄은 미처 몰랐다.

좁쌀발(마당발 반대) 나 아는 사람만 백신 맞고 세 분이 돌아가셨다. 그분들 목숨 값은 어디에서 건지나?      

사람들 목숨을 담보로 지금도 백신은 임상 시험 중이다. 아이들까지 줄 세워서 백신 접종 100% 달성하면 코로나 확진자가 급감 제로 베이스가 되나? 부스터 샷 돌파 감염자는 무엇으로 설명할 건가. 이웃 나라 일본을 보라. 무증상 경증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위치추적 검사 남발하지 않았고 광범위한 자연 면역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면역을 형성하여 확진자가 확- 급감하였다.      


코로나 사태의 실상을 뒤늦게 지각한 사람들이 n차 접종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백신패스, 마스크 벗은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 노백신 노패스, 마스크 쓴 사람들이 더 안전하다. KF94 마스크 쓴 사람들이 생필품 사러 가는 길을 막지 말아 달라. 명백한 위헌이다. 백신을 핑계 삼아 국민을 통제하고, 기본권과 생존권을 억압하고,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하는 위정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다.     

 

새해 서설이 내린 한탄강 수직 낭떠러지에 수평으로 매단 길을 걸으며 허공으로 뻗은 한 줄기 나의 길을 생각한다. 새로운 무형의 그 길을 걷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창의력이 요구된다. 방향을 설정하고 심호흡과 함께 처음 한 걸음을 잘 내디디면 순순히 받아들여진 길은 자생력이 생겨나고 유형의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선한 의지로 걸어가는 그 길은 중도 이탈하는 일이 없는 확신을 준다. 새해가 될 때면 늘 새로운 꿈을 꾼다. 

그것이 나이 한 살 더 먹는 값어치이며, 더 나은 내 모습 이루어가는 자아상의 실현이고, 다시 돌아오는 새봄에게 부끄럽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한탄강 얼음이 녹고 물푸레나무에 새순이 돋아나는 3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기를… 그것만이 억압된 족쇄를 풀어 거꾸로 가는 흐름을 되돌려 순행하는 길임을… 한탄강은 따스한 남쪽으로 자유로이 흐른다. 그것이 순리이니까. 정의로운 임인년 검은 호랑이도 그것을 원할 테니까.               



 

화강암 캔버스에 탁본한 화가명, 백설!
수평절리







드르니 주차장(매표소) <---------> 순담 주차장(매표소) 잔도 3.6km 구간

* 무료 셔틀버스 주말에만 운행합니다.

* 요금: 만 원 (지역 상품권 5천원 페이백)- 매표소 앞 지역 농산물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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