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콘서트
태양신 ‘라의 눈’ 속으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갔다
그 순간 불기둥이 공중으로 치솟고
화산의 심장이 시뻘건 마그마를 분출했다
그는 세상의 역린을 건드린 게 분명하다
잠자던 극한의 만년설을 건드렸거나
심해를 유영하는 고래의 등에 올라탄
칼립소를 유혹하거나
세렝게티 지평선에 가라앉는 석양을 등에 지고
사자 무리를 쫓거나
블랙홀 저 너머 시간이 멈춘 화이트홀
눈이 부신 빛이 가득한 그곳
태양도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언젠가는 누구나 도착해야만 하는
종착지를 빛과 어둠의 이력으로
발설한다
‘라의 눈’은 감는 법이 없다
언제나 치켜뜬다
속눈썹 위로 중력을 거스르는 화살을 쏜다
그것은 시간을 지배하는 자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우리 나이 일흔넷
풍성한 검은 머리에 선글라스
이끼 끼지 않은 한결같은 목소리
영원한 오빠를 또래 노인들이 자긍심으로 지켜본다
자신의 아우라를 위대한 탄생이라 일컫는
그는 말주변이 없다
그저 자신의 나이를 쉰다섯
손가락 다섯 개를 두 번 폈다 접었다
화려한 무대 의상은 딱 한 벌
재킷을 벗은 2부 셔츠 차림 그는
오월의 저녁 바람에 콧물을 쓱- 닦고
멋쩍게 웃었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그 소녀가 보고 싶을까
비에 젖은 풀잎처럼 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러 왔다가 잠든 날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었다
그의 음악은 시적인 가사에 반전이 있는
멜로디를 입혀서 탁월한 호소력을 지닌다
음표의 세계는 무궁무진 모든 언어를 버무린다
손가락 발가락 어깨 무릎 허리 헤드뱅잉
관절이 가동되는 범위 내 바디랭귀지를 총동원
골짜기에 꼭꼭 숨겨둔 속마음을 끄집어낸다
기름기 바른 부드러운 목소리는 분명 아니고
울적한 마음속으로 저절로 길을 내는
저음의 감미로운 보컬도 아니옵고
놋그릇을 두드리는 쇳소리 창법도 아닌데
오래된 정미소 붉은 녹이 슨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정겨운 빗소리
이른 새벽 풀잎 위로 굴러가는 동그란 이슬방울의 흔적
여름밤 은하수가 흘린 별똥별이 눈동자 위로
떨어지는 찰나
저 혼자 벽계수에 살그랑 떠내려가는 나뭇잎 소리
황무지에 박힌 잿빛 화강암 돌덩이에 부딪혀
지나가는 쓸쓸한 바람 소리
점퍼 주머니에 넣어두고 싶은 따스한 손길
오래전 바라본 빛바랜 무지개처럼
낡고 사라진 느낌들을 귓가에 읊어준다
지루한 숨이 그물망을 죄는 날 비상구를 열고서
반짝반짝 블루 핑크 레드 요술봉을 흔들며
“오빠” “꺄악” 내지르는 팬덤을
묵묵히 지켜본다
록사운드를 뚫고 또박또박 말 걸어오는
그의 화법은 쫀득하고 나직하다
되직한 소스를 끼얹은 음악 요리를 뼈를 발라서
두 귀로 먹는 느낌이랄까
희푸른 무대조명이 비출 때마다
운동장 공터에서 춤을 추는 사람을 본다
그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면 빠른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듯 격정을 가누며
균형을 잃은 몸이 엎어질 듯 비틀거리며 웨이브 탄다
상자에 갇힌 자유를 바깥으로 꺼내주는
스타는 몸치, 노래에만 열중할 뿐
잠실 메인스타디움 유려한 곡선이 흐린 하늘과 만나는 이 저녁
비상구는 타원형 창문이다
어느덧 노인이 된 오빠는 쉴 새 없이 노래 부른다
물 한 잔 마시고 쉬어가는 초대 게스트도 없다
어디에서 저런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걸까
연거푸 연거푸
주옥같은 노래들이 희로애락 삶의 불꽃을 노래 부른다
신곡 ‘필링 오브 유’는 힙하다
귀여운 호랑이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네 꿈을 위하여 지금을 위하여
팝콘이 터지듯 비누 거품이 탱글탱글 튀어 오르듯
우우우우~ 백코러스와 함께 ♪필링 오브 유♬
자꾸 따라 부르게 만든다
지금 현재 목숨을 다해 사랑하지 않고선
저 감정을 띄워서 저토록 뜨겁게 노래 부르지 못하리
세월을 기어코 무릎 꿇린 그는 가왕, 조용필!
위대한 탄생이다
오른쪽 눈은 태양을 상징하는 라의 눈
왼쪽 눈은 달을 상징하는 토트의 눈
그가 ‘호루스의 눈’ 속에 서서
두 시간 매직 콘서트를 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름 세 글자 별자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