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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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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Dec 27. 2023

시간은 가고 오지 않는다



동지를 지난 해가 쾌활해졌다

겨우내 우중충한 커튼에 가려져

말수를 잃은 표정이 며칠 새 밝아졌다   

  

수다쟁이처럼 종일 거리를 쏘다니면서

음지에 우두커니 선 나무 겨드랑이에 쌓인 

실어증을 툭툭 털어낸다     


새해 일출 리허설을 총감독하는 

수평선도 모를 리 없다

온정으로 더 뜨거워진 불덩이를

동지를 지난 해가 새해임을     


바닷가 갯바위도 안다

설날 떡국 고명에 올리는

검은 돌김이 붙어 자란다


바위가 얼기설기 바느질한 설빔을 

뜯어먹었더니 

짭조름하고 달짝지근하다     


지난해 밀려온 파도가

올해 마지막 세밑 기슭 후려치며

한 해 동안 쌓아 올린 모래성을 허문다     


허물어질 걸 알면서 또다시 신년 계획을 세우고

단단하고 얄쌍한 모래성 쌓기에

도전하는 사람들,     


바다로 나간 강물이 빗물 되어 산으로 돌아오듯이

1월의 산정 비스듬히 기운 산장 널빤지를 

새뜻하게 매만질 때이다     


밤바다 포말에 부서지는 별빛이 뿌려놓은 

새하얀 눈 위에 찍은 발자국이 

지워지려 하는 

12월 끝에 서서, 


뒤돌아본다     

머뭇거리며 잘 걸어왔다

깨끗하게 지워진 지금이 출발선이자 수평선


시간은 가고 오지 않는다

고요하게 이글거리는 언제나 태양이다     








새순의 행렬처럼 고운 발자국 찍은 새 발자국
맨발이 걸어간 프린트였다면 자연스럽고 어울렸겠다..










동지를 지난 해를 바다는 알고 있는 걸까? 돌김이 붙어 자란다.. 갯바위가 검은 가죽재킷을 입었다, 뜯어먹었더니 달짝지근하다!! 새봄이 오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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