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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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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Jul 28. 2023

반달



누군가의 옆모습을 석고 데생 그려본다

너그러운 이마는 푸른 물결 잔잔하게

내다보는 언덕을 그리고     


순풍이 부는 날에는

물새 깃털에 묻은 물안개 잠겨

반짝이는 눈빛이 실시간 항로를 신중하게 가늠한다   

  

돛을 펼치는 코는 날씨에 민감

후텁지근한 습기가 편서풍을 타고 훅 끼얹으면

나아가는 속도는 더뎌

적도에 걸린 한낮이 무기력하다  

   

투명한 각얼음을 녹이는 

레모네이드 한 잔 입에 물고서

어제와 판박이 항해일지를 새로이 모색하는 시간  

   

지금까지 고수하던 우측 가르마를

반대편 길든 머리칼로 쟁기질

감정을 깊숙이 숨긴 황금분할 자화상이

어두운 배경 위로 쌔뜩하게 떠오른다     


이미 온달인 줄 알면서

미로에 웅크려 갈길 망설이는

또렷하고 개성적인 저 생김새

열대야 사파리를 좇는 불면증이 도진 얼굴     


아직은 깜깜하다     





ⓒ 2023. (남연우) all rights reserved.     


2019년 달무리 번진 반달

요즘 밤하늘에 반달이 뜹니다

보셨나요?

어젯밤이 황금분할 반달이었어요

자다가 깨면 온탕, 그대로 불면으로 이어지는 밤

저녁에 본 반달이 생각납니다


반달은 빛으로 충만한 반쪽짜리 얼굴을 

잠시 숨긴

온달입니다

내가 잠시 바라보는 누군가의 얼굴도

반달이 아닐까?

자신의 감정을 깊숙이 숨겨 드러내 보이지 않는 그 모습이..


그리하여

옆모습을 반달이라 그려봅니다

이마는 잔잔한 물결을 내다보는 언덕이 되고

물안개에 잠긴 눈빛이

실시간 나아갈 길을 탐색합니다

후각에 민감한 코는 돛대

한증막 습기에 무기력해집니다


비치파라솔

레모네이드 한 잔을 마시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요?


온달보다 더 쌔뜩하게 토라진 듯한

반달을 떠올리며

열대야 사파리를 좇습니다

기린을 좇아보고

영양 무리를 따라가 보고

빙빙 맴도는 잠자리를 불러봅니다

잠자리 하나 잠자리 둘 잠자리 셋...


아직 깜깜합니다

새침데기 반달은 사라졌고요

이대로 동창이 밝아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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