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와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연우 Jan 28. 2023

모든 것은 사라진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이 불변의 진리가 있어 든든하다


나무는 똑바로 서 있어도

바람이 성가시게 흔드는 날

동풍은 서쪽으로

서풍은 동쪽으로

삿대질하며 나뭇가지를 비난한다


맨날 곧은 직립 자세 죽은 별을 그리워하다

실어증에 걸린 거라고

한 우물만 파는 원칙주의자라고

한눈파는 바람에게

나무는 시비를 걸기 좋은 대상이다


늘 거기 바보 같은 나무가 있어

기다려주고

흔들리고

쉬어감을, 바람은 모른다


속이 비어

마음도 없는

바람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


나무이고 싶은가

바람이고 싶은가


캘리포니아 화이트 마운틴 므두셀라 소나무는

4,851살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몸통 속에 태양의 심장이 떠오르고

태평양 심해가 굽이쳐 흐른다


한낱 먼지의 입으로 지껄인 말들

바람이나 가져가라지


귀소본능이 강한 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먼지는 그 바람에 실려 사라진다





 2023. (남연우) all rights reserved.


bristlecone_pine

지성을 자랑하는 인간은 한낱 먼지에 불과합니다

지구 표면에 얹혀 일 초? 살다 가는 먼지.


그 먼지가 입이 달리고 눈과 코 귀가 달려

욕망이 들끓습니다

자신의 마음도 제어 못 하면서

다른 먼지를 비난합니다


그 못생긴 먼지는

새해를 모릅니다

새 마음을 먹지 못합니다

그냥 콱 막혔습니다

바람에 실려 어느 날 사라짐을 모릅니다


육지보다 더 넓은 대양을 활개치고 떠도는 고래가 어쩌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일 지도 모릅니다

시에라네바다 동쪽에 위치한 화이트 산맥에 자생하는 

강털소나무는 4,000년이 넘는 나이를 먹은 지구의 산증인입니다

제발 그 가벼운 입을 다무십시오!

우리가 알면 무엇을 얼마큼 알겠으며

무엇을 깨닫고 가겠습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1월 안개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