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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Apr 17. 2024

꽃의 길

                                               _남연우



꽃이 입고 있는 옷감 색깔 무늬에 현혹되지 말라

열매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한 진심이 아니라면

겉모습에 속고 있을 뿐이다


잘생긴 꽃 못생긴 꽃을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듯 

진심이 고여있지 않은 외모에 집착하는 것은 

꽃보다 낮은 품성으로 살아감을 말해준다


연분홍 겹벚꽃 화사하게 걸친 나무를 보았다

시커멓게 말라비틀어진 형체 

꽃이 아니었다면 볼품없는 육신이었다


꽃불이 활활 타오른 나무는, 뜨거웠다

그 나무 아래 

늙은 여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삭풍이 스쳐 간 그녀의 머리는 빛이 바래었고

윤기 나는 난초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젊은 여자가 휙 지나가자

굼뜬 걸음걸이는 잠시 주춤거렸다


그녀는 겹벚꽃을 쳐다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수줍은 표정, 선량한 눈빛

알찬 열매가 익어가는 그녀는 

향기가 진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꽃잎이 떨어짐을 슬퍼하지 말라

바람막이 외투로 갈아입은 나무는

비바람 속에 더욱 굳건히 행진 또 행진


초록색 열매가 자라는

꽃의 길은, 둥글다    






      


올해 겹벚꽃
호수 기슭에 핀 각시붓꽃, 멀어서 줌인.. 약속을 잘 지키는 기특한 꽃
신록이 비친 초록색 물 위로 유유히 헤엄쳐 가는 뿔논병아리, 자연의 길은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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