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예민한 사람이에요
꼬박꼬박 챙겨보진 못하지만
6살 우리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해결해가는 TV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처음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우리 아들의 마음을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육아도 배워야 하는 걸 아니까.
근데, 그 안에서 내가 보이더라고요.
내 어린 시절이, 그때 그 마음들이. 그래서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저 작은 몸에서, 작은 마음에서 얼마나 다양한 마음이 부딪히는지, 그래서 얼마나 소란했는지.
감히... 짐작이 될 거 같거든요.
왜냐하면, 내가 그랬어요. 마흔 살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그랬어요.
나는 참 예민한 아이였어요. 아마 주변에서는 잘 몰랐을 거예요. 별로 티를 내지 않았거든요.
그냥 조용하고 무던한 아이. 묵묵히 학교 잘 다니고, 있는 듯 없는 듯 교실 한자리를 차지하는 아이.
눈에 띄는 일은 하고 싶지 않고 그저 맘 맞는 친구와 도란도란 수다 떠는 게 좋았던 아이.
멍, 공상하고 상상하길 좋아했던 아이.
마흔 살이 된 지금 돌이켜보니. 난 그런 아이였네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엄청난 신경을 쓰고. 엄청나게 예민하고 민감한 안테나를 세우고 다니는지.
사실 몰랐어요. 내가 나를 얼마나 피곤해하고 힘들게 했는지를요.
말 한마디에, 표정 하나에, 숨소리 하나도
그게 과연 어떤 의미였을지.
혼자 되짚어보며 상처 받고 자책하고
결국 몇 번을 되짚어보다가, 꼭꼭 씹어서 작게 작게 짓이겨서 겨우겨우 소화를 시켜야 했어요.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마흔 살의 난.
또 그러고 살아요.
또 별의별 일이 제 예민한 더듬이에 걸리고, 또 마음을 쓰고 있네요.
안 그럴 거예요.
내가 나로 오롯이 서고 싶어요.
좀더 나만 바라보는, 나를 더 아끼는 아줌마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