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손이 Sep 02. 2021

난 아들을 모른다

아들의 기도

여느 6살 남자아이가 그렇듯, 놀이터는 우리 아들의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어느 날, 또래 친구들이 없는 놀이터에서 대략 초등학교 3, 4학년쯤 되어 보이는 누나들이랑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또래들끼리만 놀아본 아들이 조금 염려스러웠지만 지켜보기로 했다.  

술래잡기 같은 걸 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또래보다 키가 큰 6살이라 해도 누나들을 쉽게 잡을 순 없었다. 아무리 열심히 좇아도 잡을 순 없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몇 번이고 힘들면 집에 가자해도 괜찮단다. 멀리서 바라만 보는데 그 모습이 편치 않았다. 얼핏 볼 때는 아들만 계속 술래를 하고 있었고, 또 어떻게 보면 술래인 아들을 두고 놀리는 듯도 보였고, 자신들을 잡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즐기는 듯해 보였다. 

그 모습이 화가 나기도 했지만 아들은 괜찮다는 말을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땀을 뻘뻘 흘리던 아들이 잠시 쉬더니,  눈을 감고 씩씩 거린다. 

마치 화가 나 보였다.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얼른 아들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힘들면 그만 놀고 집에 가자”

‘저 누나들 이상하지? 그렇지? 너 갖고 노는 거 맞지? 너도 기분 나쁜 거지?’     

“아냐~ 나 괜찮아”

“그럼 왜 이렇게 서 있어.”

“기도했어. 하느님한테. 누나들 꼭 잡게 해 달라고.”      

그렇게 한참을 잡히지도 않는 누나들을 뛰어다녔다. 


아들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 아들이 기분이 나빠서 화가 나서 씩씩 거리는 줄 알았다. 내가 본 게 맞다고 여겼다. 실제로 누나들이 아들을 두고 장난 삼아 술래잡기를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들은 충분히 최선을 다해 '술래'를 했고, 열심히 '놀았다'. 그뿐이면 됐다. 


난 아들을 몰랐다. 사람이 사람에게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마음, 의심 하나 없는 아들의 마음을 몰랐다. 아들을 오해한 내 마음도 살짝 부끄러웠다.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었던 아들을, 난, 엄마는 아직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도 엄마가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