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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손이 May 15. 2023

엄마와 함께 자는 법

아들의 부탁 

221021


안방 침대에 나, 남편, 아들 셋이 자다가 

아들이 자라면서 잠결에 움직임도 커지고, 잘 공간이 좁아지면서 

남편이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결국, 아들과 나 둘이 함께 자는 게 되어버린 것. 


아들은 아빠도 아닌 나랑 자는 걸 좋아한다. 

왜냐고 물으면, 나랑 자면 잠이 잘 온다나. 

조잘조잘 서로 떠들기도 하고, 자장가도 불러주곤 하니까. 

또, 내 목에 있는 점을 만지작 거리면서 잠들기도 하니까. 


가끔 일도 하고, 공부도 시작한 탓에 

또 가끔 함께 잠자리에 눕지 못한다. 

남편에게 부탁하고 난 거실에 남아있곤 한다. 


지난해만 해도 울고 불며 엄마랑 잔다며 떼를 쓰곤 했는데,

이제 그러진 않는다. 

7살 형아가 됐기 때문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걸 아는 형아가 되었거든. 


싫지만 꾹 참고 아빠랑 침대에 눕는다. 

아들과 인사한 후 나는 내 일을 한다. 


그러던 한참 후, 아들이 슬그머니 거실로 나온다. 


이렇게 했으면 좋겠단다. 

아빠랑 잔다 -> 엄마가 일이나 공부가 끝나면 자고 있는 아빠를 깨운다 -> 자기 옆에 눕는다 -> 코 잔다. 


진지한 제안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니 

안심하며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약속을 지키진 못했다. 새벽쯤에나 일을 마쳐 거실 소파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한번 깨면 다시 잠 못 드는 남편을 깨우기 미안했다. 


다음날, 아들이 퉁퉁 거리며 안방을 나왔다. 

왜 옆에 엄마가 없냐며, 왜 그렇게 안 했다며 툴툴 거린다.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해 주고 

이해해 달라 양해도 구했다. 


그날 밤도 역시나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아들은 혼자 자본단다. 


오잉?


왜냐하면 옆에 아빠를 두면 엄마가 오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아직 쉽지 않을 텐데, 괜찮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할 수 있단다. 

침대에 아들이 혼자 눕고, 침대 아래 이불엔 남편이 누웠다.


그러곤 10여분 지났을까. 

다시 아들이 거실에 나왔다. 

안 되겠단다. 혼자 자는 건 어렵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다. 


웃음을 꾹 참으며 어제의 아들처럼 제안을 하나 냈다. 


그럼 침대 밑에서 아빠랑 자고 있어. 

엄마가 일이 끝나면 자고 있는 너를 안고 침대에 눕혀 놓을게. 

그리고 엄마가 너의 옆에서 잘게. 


아하!! 그러면 되겠다!!

신나게 웃으면서 안방으로 간다. 들어가며 한마디도 덧붙인다. 

엄마!! 나를 침대에 놓고 이불도 꼭 덮어줘!!! 


푸하하 하하하!!! 

너 때문에 내가 웃는다.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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