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하는 네 뒷모습을 보며
아침 등교하는 네 뒷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네가 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이제 갓 시작한 초등학교 생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분명해지고
그동안 해도 되는 것들은 이제 하면 안 되는 게 되어버렸다.
차분하고 단정하게
집중하고 바르게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말은 잠시 참고
이미 알고 있어 재미없는 수업내용도 참아내고 들어야 한다.
놀고 싶지 않아도
먹고 싶지 않아도
앉아있고 싶지 않아도
그 시간들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방과 후수업, 영어, 태권도까지
재미있어 놓치고 싶지 않지만 어딘가 피곤하다.
단어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간다.
아프면 병이 난 거 아닐까, 병이 나면 죽지 않나.
마음이 안 좋은데, 우울인가.
조금씩 세상을 알아갈수록 걱정이란 싹도 새롭게 자라난다.
8살 아들에겐 눈이 반짝이는 새로움이
어느새 걱정이 되어버렸나 보다.
아들아 부디 가벼워지렴.
잘하지 않아도 돼, 똑똑하지 않아도 돼.
마냥 기분이 좋지 않아도 돼
그냥 너는 너야.
너는 그저 있는 그대로가 아주 예뻐.
아주 눈부셔.
잊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