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하나로 충분해
더 이상 나에게 두 번째 임신과 출산, 육아가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 까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실을 받아들인 후, 처음으로 든 생각은
나 이제 진짜 외동아들 엄마가 되는구나, 였다.
내가 두 아이, 세 아이의 엄마의 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만큼
아들에게 형제남매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내가 언니와 남동생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안 되는 것도 있기에.
내게 주지 않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니까.
난 외아들의 엄마다.
이제 진짜 아들의 엄마이자, 친구가 되어야 한다.
난 자라면서 언니와 한방을 쓰며 알콩달콩, 치열 격렬 등 이런저런 삶을 나누었다.
나의 아들에겐 나의 언니 같은 존재가 없기에 내가 되어줘야 한다.
내가 그의 마음을 들어야 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관심사를 알아야 한다.
이유는 하나다.
아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언제나 나를 위하고 나를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으로 따뜻하다. 든든하다. 코끝이 시리지 않다.
아들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줘야 한다.
혹시나 살면서, 아니 언젠가는 불쑥 닥칠
아들의 외로움과 쓸쓸함. 그 곁에 내가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말해주고 손짓할 것이다.
내가 있다고. 엄마가 있다고
너의 곁엔 내가 있다고.
형제를 만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가 아니라
네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너 하나로 충분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