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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물 Feb 04. 2020

4. 불안함이 밀려올 때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


낮동안 마음을 헤집어놓은 이런저런 생각들에 휘둘리다가 펜을 들었다. 일기장을 펼치고 싱숭생숭했던 마음을 단어와 문장으로 만들어 적어내려 갔다. 다 적고 보니 일단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 생각났고, 고민이 가득 이어도 할 일은 하고 살아야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흔들릴 때, 중심이 흐트러지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글로 적어보기.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 글로 한번 적어보자’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냥 글이 쓰고 싶어 진다.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마음을 한올 건져내서, 이름을 불러주고 단어를 붙여주어 글로 적어 내려가다 보면,

그렇게 술술 써 내려가면 어느새 마음이 정리가 된다. 고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뭘 해야 할지는 알게 된다. ‘지금 당장은 이걸 해야겠다’ 하는 것이 생긴다.


나의 일기는 항상 불안함에서 시작한다. 행복감으로 충만한 하루였든지, 슬픔이 가득하든지 그것을 일기로 적어두는 것은 불안함 때문이다.

내 존재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사라질 것만 같을 때, 종이에 잉크로 나를 드러낸다. 나밖에 볼 수 없지만, 그래서 아주 솔직히 불안함들을 털어낼 일기장에, 내가 여기에 살고 있다고, 슬픔과 불안함을 느낀다고, 흔들리는 중이지만 이렇게 펜으로 글을 쓰며 흔적을 남긴다고 아주 크게 외치는 것이다.

마냥 행복하기만 한 순간이 있다. 맘껏 행복하다가 이 행복이 사라져 버릴까, 이 충만한 순간이 ‘순간’으로 스러질까 두려워한다. 그럴 때도 일기장에 적는다. 내가 이렇게 기뻐하고 행복하다고. 금방 사라질 기쁨이어도, 스쳐 지나가는 행복이어도 이것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적어두는 것이다.


이런 일기는 펜을 들고 직접 손으로 글씨를 써서 글을 지어야 한다.

수정이 손쉬운 타이핑으로 글을 쓰면, 긴 시간 고심하게 되어서 생각의 흐름대로 마음을 토로하기가 쉽지 않다. 더 좋은 표현이 생각나면 수정하고 싶어 지니 말이다.

펜으로 적어야, 신중하게 적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멋들어진 표현이 생각나더라도 이미 적어놓은 문장에 어쩔 수 없이 만족해야 한다. 그러면 매우 솔직해진다. 지금의 생각 그대로 적을 수 있게 된다.


무언가 선택해야 하고, 결정해야 할 때, 어떤 길을 가기로 마음먹을 때,

적어도 불안함 때문에 떠밀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일들이 불안함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아주 잘 안다. 그래서 불안함을 덜기 위해 오늘은 일기장을 꺼내 일기를 썼고, 위로를 받았다.

일기장에 적어둔 내용과는 별개로, 이것은 그래서 적어두는 일기에 대한 고마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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