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난 3박 4일의 제주도에서
2025년 7월 9일 수요일. 제주 날씨 : 맑고 시원함
비행기에서 발을 땠을 때 불어오는 제주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하게 내 주위를 맴돈다.
제주도를 가고자 결심했을 때만 해도 별 뜻이 없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조금 걷고 싶었다." 정도로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발걸음에 무거운 가방 하나와 카메라를 목에 맨 채 떠난 여행이었다.
자전거 안장에 검은색 바지로 감싸인 엉덩이를 걸치고 두 손을 살포시 손잡이에 댄다. 목적지 없이 페달을 밟다 보니, 도착한 어느 제주 바다는 내게 시끄럽다며 밖으로 나가자는 술집의 그녀처럼 나를 유혹한다. 한 손에 맥주 한 캔을 들고 무거운 가방 하나와 카메라를 목에 맨 채 파란색 물결 곁으로 다가간다. 발걸음을 저벅이면 설렘이 줄줄 흘러나오는 게 꼭 아래에서 흐르는 눈물 같다. 찰싹거리는 파도의 울음소리. 노골적인 목소리는 내 정신을 때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태양은 내 눈을 사로잡는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캔을 따고 침과 함께 한 모금 삼켜본다. "크!" 하는 감탄을 뒤로하고, 살며시 내려놓는 캔을 잡았던 손으로 카메라를 만지작거린다. 둔한 검지로 전원 버튼을 누르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리고 오로지 홀로 그 세상을 즐긴다.
노을을 짝사랑하는 달빛의 마음을 알리 없는 햇빛이 떠나간 뒤, 슬며시 2년 전보다 뻣뻣해진 무릎을 펴며 일어난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또다시 오르막인 길을 걷는다. 산과 바다 다음으로 차들이 달리는 도로 위에 나를 던지고 파란색과 하얀색의 버스와의 만남을 위해 나무로 된 의자에 앉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 장사를 마치고 퇴근하는 노인. 다툰 뒤 어색한 기류를 내뿜는 한 쌍의 커플. 하늘 아래 가로등에 몰려든 여러 날벌레들. 그리고 비어있는 마음으로 불빛을 기다리는 무거운 가방과 카메라.
어두운 밤거리 위를 비추는 불빛의 342번. 초록색 의자에 앉으니 보이는 그림들을 느끼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제주의 밤을 담은 그 그림들은 빠르게 넘어가지만, 마음속에 선명히 각인된다. 그 세상 속에서 목적지 없이 방황하는 듯한 모습을 나는 잠깐이지만 분명히 봤다. 생각을 비우기 위해 땐 발걸음이, 눈 떠보니 어긋나고 있는 현재의 무언가를 마주하기 위한 거름이 된 시간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