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IS2-시놉시스': ver01

09

by 꼬불이

국제정세에 관한 대학원 강의는 따분하고 지루했다. 특히, 새로 온 여자강사는 강의 자체가 딱딱하고 편향적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인 그녀의 강의는 늘 학생들로 넘쳐났다. 3분의2는 남학생. 그녀가 아직 미혼이란 소문에 청강생들까지 넘쳤다.


NSS 를 그만둔 승희는 프리랜서로 미술관 큐레이터 일을 하며 일주일에 한번 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현준과 처음 만났던 그 강의실. 하지만 승희의 표정에선 당시를 추억하는 듯 한 따뜻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승희의 이번 강의는 주류언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음모이론 에 관한 것이 었다.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그녀는 음모이론을 퍼트리는 자들을 패배자 또는 비겁한 자들로 취급했다. 미국의 패권주의와 아프칸, 이라크 침공에 대한 승희의 강의가 끝나갈 무렵.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911 이후에 있었던 아프칸, 이라크에 대한 미국침공은 각각 알카에다의 배후, 대량살상무기 은닉이 그 빌미가 됐다. 하지만 미군은 아프칸이 알카에다의 배후였단 증거를 찾지 못했고 이라크에선 그 어떤 대량살상무기도 찾아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아프칸과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우는데 성공했고 그것은 모두.. 중국으로 통하는 송유관과 관련이 있다. 미국은 인도,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인정하고 중동에 친미정권을 세우며 일본과 한국에 미군을 주둔 시킨다. 그것은 모두 중국을 포위하고 유사시에 주변국들을 전쟁 안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계획이다. 아닌가?


그렇게 묻곤 서글서글한 미소로 승희의 대답을 기다리는 학생은 '김준호' 였다. 그는 NSS 와는 또 다른 정부기관인 대테러정보원 NTS 의 요원 신분이었다.

승희는 준호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녀의 대답은 짧고 명료했다.


"끼워 맞춰서 그럴듯해 보이지만 무식하거나 너무 단순한 판단이다."


그 순간, 이제껏 한 번도 현준과의 추억을 떠올리지 않았던 승희는 강의실 한쪽에 앉아있는 현준을 보게 된다. 목구멍까지 뭔가가 울컥 올라온 그녀는 서둘러 강의를 마친다.



학교 밖으로 나서는 승희를 준호가 쫓아 왔다. 동서고금에 존재하는 상투적 작업멘트를 총 동원해 데이트를 신청하는 준호. 하지만 승희는 너무도 차갑게 준호를 밀어낸다.

승희는 2년 전보다 훨씬 더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승희가 사라지고 멋쩍어진 준호는 문자 하나를 받곤 주차장으로 향한다. 차 안에서 준호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는 준호를 보자마자 자신만만하게 한 마디 던 진다.


“물 먹었지? 넘어갈 최승희가 아니거든.”


준호는 그보다 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결심을 말했다.

“NSS 로 옮길게요. 최승희 팀장도 제가 반드시 복귀시키죠.”


박상현 NSS 대테러실장은 준호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맘에 들었다. 그 점은 현준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



하화도 [下花島] 전남 여수에서 서남쪽으로 22킬로미터 떨어진 작은섬. 섬의 남쪽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통제구역이 있었다.

깊은 밤, 소리를 죽인 두 대의 고무보트가 섬의 남쪽으로 접근했다.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전부 가린 사내들은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모두 여덟명.. 그들을 이끌고 있는 사내는 해골이 그려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고글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통제구역 안으로 진입했다. 소리없이 접근했고 소음기가 장착된 소총으로 간결하게 무장경찰들을 제거해 나갔 다. 보안실 점거가 끝나자 리더는 두 명만 데리고 지하3층으로 내려갔다.


-특수감옥- 그 안에서도 지하3층은 정치적으로 외부에 노출 시킬 수 없는 죄수들이 갇혀있는 곳이었다. 막다른 방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무장경찰도 동전 짤랑이는 소리 몇 번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다. 그리고 철문을 부수는 소량의 폭탄.


동료들로 부터‘유령’이라고 불리는 리더가 감옥 안으로 들어선다. 방안에는 아무렇게나 자란 백발과 수염을 관리하지 않은 채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NSS 국장이었던 ‘백산’이었다.

백산은 말없이 해골마스크에 짙은색의 고글로 정체를 숨기고 있는 사내를 봤다.


“본사에서 보냈겠군.”


하고 일어서는 백산인데... 유령이 고글을 벗으며 정체를 드러냈다.


“당신이 백산.. 본인 맞나?”

백산은 유령처럼 낮은 음성으로 말하는 그를 돌아봤다. 그리곤 놀라움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백산의 앞에 서있는 사람은 분명... 죽었다고 믿고 있던 ‘현준’이었다. 게다가 그는... 백산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백산은 특수감옥을 탈출하는 내내 현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구출팀이 조만간 찾아올 것이란 건 은밀하게 전달된 메시지를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준이라니? 백산은 2년전 분명, 암살자를 고용해 현준을 제거 하라고 지시했고 암살자는 현준을 제거했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아이리스를 위해 일하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눈앞의 사내는 분명, 살아있는 현준이었다.


새벽이 밝아 오는 시각, 현준과 백산을 태우기 위해 아무런 표식도 없는 헬기가 날아든다. 현준은 백산을 헬기에 태우고 하화도를 떠나며 누군가에게 위성전화를 했다. 현준은 영어를 사용해 ‘레이’에게 백산 구출에 성공했음을 보고했다. 현준은 구출한 백산을 일본으로 호송하려 하고 있었다.


백산은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고민했던 ‘PLAN B’ 를 지금 실행해야만 아이리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직감했다.


헬기는 대마도 방향 한일 배타적경제수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해상에 대기중인 선박을 거친 뒤 일본으로 입국할 계획 이었다. 기회를 엿보던 백산은 현준을 향해 의문의 한 마디를 던지곤 헬기의 문을 열고 바다로 뛰어 내린다.


“넌 자신을 씹어 삼킬... 괴물이 되고 말거다. 명심해.”


현준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당시엔 짐작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