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E": 헐리우드 극찬 리포트

by 꼬불이

"채플린 전성기 이후로 볼 수 없었던 감정의 깊이"


2008년, 뉴욕타임즈의 A.O. 스콧은 그 해 최고의 영화로 픽사의 『월-E』를 선정하며 이렇게 썼다. 단순한 찬사가 아니었다. 그는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최신작이 보여주는 "시각적 숭고함"이 찰리 채플린 전성기 이후로 사라졌던 무언가를 되살렸다고 선언했다.


헐리우드는 들썩였다. NPR부터 CNN, 로스앤젤레스 타임즈까지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같은 이름을 언급했다. 찰리 채플린. 70년 만에 무성영화의 정수가 부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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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튼 감독의 고백은 더 놀라웠다.


"스토리 팀과 애니메이터들은 1년 반 동안 매일 채플린 영화 한 편과 키튼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그들의 장편과 단편 전체를 거의 다 볼 때까지요."


매일이다. 1년 반 동안.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80년 전 무성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픽사 아티스트들은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모든 작품을 분석했다. 눈썹 하나 까딱하는 타이밍까지. 침묵 속에서 폭발하는 감정의 리듬까지.


"무성영화에서 사용되는 문법의 폭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이미지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 그 사람들은 이미 다 알아냈더군요."


스탠튼의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사운드와 함께 뭔가를 잃어버렸습니다. 게을러졌죠.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하는 대신 그냥 말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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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R의 평론가는 이렇게 썼다.


"월-E의 첫 한 시간은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이 만들던 종류의 미치도록 창의적이고 황홀하게 매력적인, 그리고 거의 대사 없는 무성 코미디다. 단순히 채플린에 대한 고개 끄덕임 이상이다. 실제로 월-E는 채플린의 리틀 트램프라고 해도 무방하다."


CNN은 "찰리 채플린의 감성적 몽상과 즉흥적 민첩함의 정신" 을 월-E에서 발견했다고 썼다.


TODAY는 아예 제목부터 "'월-E': 만약 찰리 채플린이 로봇이었다면" 이라고 뽑았다.


평론가들은 구체적으로 비교했다. 월-E가 EVE를 처음 만나 손을 잡으려 애쓰는 장면을 채플린의 『시티 라이츠』에서 맹인 꽃 파는 소녀를 사랑하는 장면과 나란히 놓았다. 월-E의 쌍안경 같은 눈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채플린의 눈썹 연기와 비교했다.



Criterion Collection의 평론가는 더 깊이 파고들었다.


"월-E는 베케트의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베케트는 사랑이나 의미를 믿지 않았다. 그래서 월-E는 찰리 채플린이다. 채플린과 베케트 모두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주의 트램프인 나는 이 모든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베케트가 광기로 답하는 곳에서 채플린은 경이로움으로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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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R의 분석은 더 흥미로웠다. 월-E와 채플린의 첫 유성영화 『모던 타임즈』(1936) 사이의 평행선을 지적한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사운드트랙을 음악과 효과음을 위해 사용했지, 대사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채플린은 인간의 목소리를 기계적 장치(폐쇄회로 TV 같은)를 통해서만 들리게 함으로써 그 인위성을 강조했다. "좋아, 모두가 이제 말하는 시대지만, 봐라, 우리 무성의 세계가 얼마나 더 표현력이 풍부한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픽사도 똑같이 했다. 월-E에서 실제 배우들의 모습은 오직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서만 보인다. 디지털 세계에 비해 평평하고 색이 바랜 모습으로. 70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같은 선언을 한 것이다.




2022년 11월 22일. 월-E는 픽사 최초로 Criterion Collection에 편입되었다. 영화사의 걸작들만 모아놓은 이 컬렉션에 디즈니/픽사 작품이 들어간 것도 처음이었다.


스탠튼 감독이 직접 나섰다. 2019년부터 디즈니의 앨런 버그먼 사장을 설득했다.


"이건 선례를 깨는 일이고, 아마 수백 명의 디즈니 변호사들이 원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월-E에는 Criterion 라이브러리의 작품들과 일맥상통하는 독특한 영화적 DNA가 있습니다."


스탠튼의 열정은 월-E가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확신에서 나왔다. "우리는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저고, 영화 제작자는 그 다음입니다. 특히 월-E는 영화사 초기 작품들로부터 깊고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키튼과 채플린의 영향이 정말 컸죠."


Criterion은 받아들였다. 그리고 2021년 12월, 미국 의회도서관은 월-E를 국립영화등록부(National Film Registry)에 선정했다. "문화적, 역사적, 미학적으로 중요한" 영화로 영구 보존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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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튼은 인터뷰에서 밝혔다. R2-D2가 아니라 채플린을 선택한 이유를.


"애완동물이나 유아를 볼 때처럼, 그들은 정확히 어떻게 느끼는지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스스로에게서 끌어내야 하죠. 당신의 기억을 적용해서 '아기가 슬픈 것 같아' 혹은 '개가 나를 보고 기뻐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개인적인 감정적 역사에서 끌어와서 그 빈칸을 채우기 시작하고, 무생물에 특성을 부여할 때 훨씬 더 강력한 반응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핵심이었다.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투사할 수 있는 여백. 채플린과 키튼이 완성했던 그 여백을 70년 만에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그만큼 많은 개인적 감정적 역사를 투자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금입니다. 그래서 채플린이나 키튼이 여전히 대단한 거고, 누구든 지금 봐도 완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타임지의 리처드 코를리스는 월-E를 2008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했다. 그리고 10년이 끝날 때, 2000년대 최고의 영화 1위로 다시 한번 꼽았다.


A.O. 스콧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리사 슈워츠바움, 보스턴 글로브의 웨슬리 모리스, 뉴요커의 앤서니 레인 등 미국의 주요 평론가들이 모두 월-E를 2008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했다.


그리고 2022년, 뉴욕타임즈는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에서 월-E를 34위에 올렸다. 2008년 개봉작 중 가장 높은 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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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의 첫 30분은 거의 대사가 없다. 황량한 지구에서 홀로 쓰레기를 압축하는 로봇. 『헬로, 돌리!』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손 잡는 장면을 동경하는 로봇. 바퀴벌레 한 마리가 유일한 친구인 로봇.


대사가 없어도 우리는 안다. 그가 외롭다는 것을. 사랑을 갈망한다는 것을. 의미를 찾고 있다는 것을. 채플린의 리틀 트램프가 그랬던 것처럼.


EVE가 나타났을 때 월-E가 보여주는 서툰 구애. 손을 잡으려다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또 실패하는 모습. 키튼의 『셜록 주니어』에서 연인의 손을 잡으려는 장면의 2008년 버전이었다.


스탠튼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영화라면, 대사가 아무리 많아도, 시각적으로 너무 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심지어 사운드를 꺼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요."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와 『위대한 독재자』는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문제의식을 담은 코미디였다. 월-E도 마찬가지였다.


환경 파괴. 소비주의. 기술 의존. 거대 기업의 횡포. 월-E는 이 모든 것을 다루면서도 설교하지 않았다. 채플린이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일부 보수 논객들은 "좌파 선전"이라고 비난했다. 채플린도 그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월-E는 2008년 박스오피스 1위로 개봉했고, 전 세계에서 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그리고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그랬던 것처럼, 시대를 앞서간 작품은 결국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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