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은 게으름의 증거다"

원데이 원카드 스토리텔링 팁

by 꼬불이

드라마 쓰고 방작원에서 작법 가르치는 꼬불이가 알려주는 '원데이 원카드 스토리텔링 팁'

드라마: '아이리스' '아이리스2' '이몽' 등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 '마법천자문' '곤GON' '꼬마신선 타오' 등



작가지망생들의 트리트먼트를 읽다 보면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가 빼곡하다.


"3년 전 남편과 결혼했고, 처음엔 행복했지만, 출산 후 남편은 육아를 안 했고, 홀로 육아하며 경력이 단절됐고..."


전부 설명이다. 그 트리트먼트를 보면서 극본을 쓰면? 당연히 회상 신으로 가득 찬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문제가 뭘까.


과거를 '설명' 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게으른 거다.


모든 과거는 '현재'로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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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3년 전 시집간 딸이 빈 반찬통과 아기띠를 들고 친정 엄마를 찾아왔다.


과거를 어떻게 보여줄까?


문 앞에 서서 한숨 내쉬고, 회상 씬? 3년 전 결혼식. 잠깐의 행복. 출산 후 남편은 육아 안 해. 홀로 육아에 경력 단절. 죄다 회상으로 처리할까?


아니다. 이렇게 쓰면 된다.


딸이 문 열고 들어와서 빈 반찬통을 친정 엄마 앞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한 마디.



"엄마. 3년 전 나를 만나면 꼭 좀... 머리 박박 밀어서 방에 가둬 버려. 그 X끼 좀 못 만나게!"



이걸로 충분하다. 구구절절 회상으로 보여주거나 긴 대사로 설명하지 말고, 현재 인물의 감정을 보여줘라.



그래비티. 라이언 스톤이 딸을 잃은 과거, 회상으로 보여주나?


아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 현재의 몸짓이 과거의 상처를 드러낸다.

맷 코왈스키가 "내려가면 뭐가 있어?"라고 물었을 때
라이언이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답한다.

그 대사 한 줄이 과거 전부를 담는다.




회상은 편하다. 작가에게. 하지만 관객에겐 지루하다.


영화는 '지금 여기'를 보는 매체다. 과거를 보러 온 게 아니다. 과거가 '지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러 온 거다.




트리트먼트를 열어보자. 주인공의 과거 설명으로 가득한가? 그럼 다시 써야 한다. 과거를 현재로 끌어내야 한다. 주인공이 겪었던 상처를 '지금 이 순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대사로? 행동으로? 표정으로? 소품으로?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과거는 '설명'이 아니라 '묘사'다.


회상은 과거를 현재 시제로 보여줄 능력이 부족하다는 증거일 뿐이다. 오늘부터 회상 신을 지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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