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연수의 이 글이 진리다. ‘슬프다’라는 단어는 절대 슬프지 않다.
슬픔을 표현하려면 슬펐던 경험을‘디테일’을 살려 자세히 써야 한다. 제주 여행 다녀온 다음에 ‘제주도 풍경이 너무 멋있었어’라고 말하면 어떡하나? ‘멋있었어’는 추상적인 단어 아닌가. ‘멋있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내가 본 것, 냄새 맡은 것, 맛 본 것, 손끝으로 느낀 감각을 써줘야 할 것 아니겠나.
사람이란 존재는 오감을 통해 세상의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통해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그렇다면 내 글로 무엇을 해야 할까?
내 글로 내가 본 것을 생생하게 보여줘야 한다. 내가 냄새 맡은 것을 냄새 맡게 해줘야 한다. 내가 느낀 촉감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글쓰기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더 잘 이해할수록 글을 더 잘 쓰게 된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는 소년은 소녀가 죽어서 ‘슬펐다’는 얘기 절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자는 눈물 콧물 다 쏟는다. 그저 소년과 소녀 사이에 있었던 일을 디테일하게 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이번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세요. ‘사랑’에 대해쓰지 말고 사랑할 때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 쓰세요.
감정은 절대로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전달되는 건 오직 우리가 형식적이라고 부를 만한 것뿐이에요. 이러한 사실을 이해한다면 앞으로는 봄에 시간을 내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애인과 함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 맛이 어땠는지, 그날의 날씨는 어땠는지를 기억하려 애쓰세요. 강의 끝.”
-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마음산책,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