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와 컨택트(어라이벌)'

만남 과 이별 에 관한 우주적 감성

by 꼬불이

컨택트 vs 컨택트(어라이벌): 외계와의 만남, 두 가지 선택


같은 소재, 다른 인생 - 엘리와 루이즈가 보여준 상반된 여정


1997년,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엘리 애로웨이가 우주의 신호를 받았다.


2016년, 에이미 애덤스가 연기한 루이즈 뱅크스가 외계선 앞에 섰다.


두 영화 모두 인류와 외계 문명의 첫 만남을 그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하나는 과학에 대한 믿음으로,

다른 하나는 사랑에 대한 수용으로 끝났다.


『컨택트』와 『어라이벌』. 같은 소재를 다룬 두 작품이 보여주는 인간 조건에 대한 상반된 탐구.



줄거리 요약


『컨택트』(1997)

천문학자 엘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외계 생명체 탐사에 매진한다. 그녀가 운영하는 SETI 연구소에 베가성에서 온 신호가 포착된다. 신호에는 히틀러의 베를린 올림픽 영상과 복잡한 설계도가 담겨 있다. 설계도대로 만든 기계를 통해 엘리는 베가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죽은 아버지 모습의 외계인을 만난다. 18시간의 여행이었지만 지구에서는 몇 초에 불과했고, 물리적 증거도 남지 않아 그녀의 경험은 의심받는다.


『어라이벌』(2016)

언어학자 루이즈 뱅크스(에이미 애덤스)는 지구에 나타난 12척의 거대한 외계선을 조사하는 팀에 합류한다. ‘헵타포드’라 불리는 외계인들과 소통을 시도하던 중, 그들의 언어가 시간을 순환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루이즈는 헵타포드 언어를 배우면서 미래를 “기억”하는 능력을 얻게 되고, 딸 한나가 희귀병으로 죽을 미래를 본다. 그럼에도 그녀는 한나를 낳기로 선택하며, 헵타포드들이 3000년 후 인류의 도움을 받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두 명의 언어학자, 두 가지 고독


『컨택트』의 엘리는 철저히 혼자다.

아버지를 어린 나이에 잃었다. 어머니와는 거리가 멀다. 연인 팔머 조스와는 신앙 문제로 갈라섰다. 동료들로부터는 “광신도”라는 시선을 받는다. 그녀의 외면적 장애는 명확하다. 과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SETI 연구자. 예산 삭감에 시달리고, 동료들의 냉소에 익숙하다. 하지만 진짜 장애는 내면에 있다. 절대적 고독감. 우주 어딘가에 자신과 소통할 존재가 있을 거라는 믿음만이 그녀를 버티게 한다.

“아버지, 거기 누군가 있나요?”

어린 엘리가 무전기에 대고 외치는 장면. 이것이 그녀 인생 전체의 은유다.



『어라이벌』의 루이즈는 다르다.

그녀에게는 이미 잃을 것이 예정되어 있다. 딸 한나.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그 아이는 미래에 희귀병으로 죽을 운명이다. 루이즈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외면적 장애는 외계어 해독이라는 불가능한 임무다. 하지만 내면적 장애는 더 깊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것을 미리 아는 고통. 시간을 선형으로 경험하는 인간의 한계. 과거에 갇혀 미래를 두려워하는 존재의 숙명.


두 여성 모두 언어학자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정반대다.

엘리는 우주에서 아버지를 찾으려 한다. 루이즈는 시간에서 딸을 되찾으려 한다.




초목표의 방향: 밖으로 vs 안으로


엘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외계 문명과의 접촉을 통해 인류에게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주는 것.

외면적 초목표: 외계 신호 해독하고 그들과 만나기

내면적 초목표: 우주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기

그녀는 계속 밖을 향한다. 아버지가 사라진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해 더 큰 우주로 나아간다.

베가로 가는 여행. 그곳에서 아버지 모습으로 나타난 외계인과의 만남.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엘리에게 외계와의 접촉은 구원이다. 잃어버린 아버지의 사랑을 되찾는 순간이다.



루이즈의 목표는 정반대다. 외계어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외면적 초목표: 헵타포드와 소통하여 전쟁 방지하기

내면적 초목표: 시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기

그녀는 점점 안으로 향한다. 헵타포드의 순환적 시간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미래에서 딸의 죽음을 보고도 그녀를 낳기로 선택하는 것. 이것은 운명에 대한 수용이다.

“한나라는 이름이 뭘 뜻하는지 아니?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아.”

루이즈에게 외계와의 접촉은 깨달음이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시간의 철학: 직선 vs 원


『컨택트』는 철저히 선형적 시간관을 따른다. 과거 현재 미래의 순서.


아버지의 죽음은 과거에 있고, 외계와의 만남은 미래에 있다.


엘리의 여정도 직선적이다. 신호 발견 해독 기계 건설 여행 귀환. 명확한 인과관계와 시간 순서.


하지만 이 선형성이 주는 한계도 분명하다.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되돌릴 수 없다. 엘리는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다. 베가에서의 18시간이 지구에서는 불과 몇 초였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시간의 상대성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선형적 틀 안에서다.



『어라이벌』은 시간 자체를 재정의한다.


헵타포드의 언어는 시간을 순환으로 본다.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


루이즈가 헵타포드 언어를 배우면서 얻는 능력. 미래를 “기억”하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마치 이미 경험한 것처럼. 영화의 구조 자체가 순환적이다. 딸과의 이별로 시작해서 딸의 탄생으로 끝난다. 아니, 탄생으로 시작해서 이별로 끝난다고 해야 할까?


“시작이 곧 끝이고, 끝이 곧 시작이다.”


이 순환성이 루이즈에게 주는 선택의 자유. 미래를 알면서도 그 길을 걷기로 하는 의지.



『컨택트』는 과학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수학은 우주의 공통 언어다. 소수를 통한 첫 교신. 복잡한 공식을 통한 기계 설계도 전달. 과학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통해 인류는 더 발전된 존재가 될 수 있다.


엘리는 과학자다. 논리와 증거를 중시한다. 신앙보다는 이성을, 감정보다는 사실을 믿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경험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18시간의 여행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물리적 증거는 없다. 신앙과 과학의 경계에서 엘리가 마주하는 딜레마.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



『어라이벌』은 언어의 힘을 보여준다.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면서 루이즈의 인식 자체가 바뀐다.

과학적 해독이 아니라 감정적 이해. 루이즈는 헵타포드와 “대화”한다. 그들의 의도와 감정을 읽어낸다.

“언어는 문명의 토대다.”


루이즈는 언어학자다. 소통과 이해를 중시한다. 논리보다는 직관을, 증명보다는 공감을 믿는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순전히 인간적이다. 딸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하는 것. 과학은 미래를 예측하지만, 인문학은 그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르쳐준다.




응원의 이유: 고독한 천재 vs 짊어진 어머니

엘리는 전형적인 “언더독”이다.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홀로 싸우는 여성.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연구자. 세상의 냉소와 무관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어린 시절부터 무전기로 세상과 소통하려던 소녀. 아버지를 잃고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과학자. 그녀의 순수함과 집념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돈이나 명예가 아닌 순수한 호기심으로 움직이는 인물.


“그들이 우리에게 뭘 줄 거라고 생각해?”

“희망.”


엘리의 대답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과학자의 책임감.



루이즈는 다른 종류의 영웅이다.

딸을 잃을 운명을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하는 어머니. 개인의 행복보다 인류의 평화를 선택하는 언어학자. 그녀의 희생은 더 복잡하다. 단순히 죽음을 각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미리 경험하면서도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것. 미래의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현재의 사랑을 선택하는 용기.


“네가 태어날 거야. 그리고 나는 널 사랑하게 될 거야.”


루이즈의 선택에서 느껴지는 모성애의 숭고함.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굴복하지 않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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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아크: 180도 전환의 두 방향


엘리의 변화: 고독에서 연결로


시작: 철저히 혼자인 과학자


• 아버지를 잃고 혼자가 된 소녀

• 동료들로부터 고립된 연구자

•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너무 공간 낭비 아닐까요?”


끝: 우주적 연결을 경험한 존재


• 외계 문명과 직접 소통한 인간

• 우주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

• “그들은 우리가 스스로 성장하기를 원해요”


엘리는 개인적 고독을 우주적 연결로 극복한다. 잃어버린 아버지를 더 큰 존재들과의 만남으로 대체한다.



루이즈의 변화: 두려움에서 수용으로


시작: 미래를 모르는 채 살아가는 인간

• 선형적 시간 안에 갇힌 존재

•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보통 사람

• “기억은 이상해. 때론 뒤섞이고, 바뀌고”


끝: 시간을 초월하여 사랑하는 존재


•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경험하는 능력

• 상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사랑을 선택하는 의지

• “이런 이야기가 있어. 시작과 끝이 있는”


루이즈는 시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뀐다. 미래의 고통을 알면서도 현재의 사랑을 선택하는 초월적 존재가 된다.



두 영화가 제기하는 질문들


컨택트가 던지는 질문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과학과 신앙은 양립할 수 있는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의 가치는 무엇인가?”

“인류는 더 발전된 문명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은 모두 밖을 향한다. 우주로, 미래로, 가능성으로.

엘리의 여정은 인류 전체의 여정을 상징한다. 무지에서 지식으로, 고립에서 연결로.



어라이벌이 던지는 질문


“미래를 안다면 현재를 어떻게 살 것인가?”

“상실이 예정되어 있다면 사랑할 가치가 있는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굴복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모두 안을 향한다. 마음으로, 관계로, 존재의 의미로.

루이즈의 여정은 개인의 여정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이다. 사랑과 상실, 선택과 운명.



두 가지 희망

『컨택트』와 『어라이벌』은 모두 희망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희망의 방향이 다르다.


엘리가 보여주는 희망은 확장의 희망이다.

우주로 나아가면 더 큰 진리가 있다. 외계 문명과 만나면 인류는 더 발전할 수 있다. 과학을 통해 모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개인의 상처도 우주적 관점에서 치유된다. 아버지의 죽음도 더 큰 연결의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첫 걸음일 뿐이라고 했어요.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끝없는 진보의 가능성. 한계 없는 성장의 꿈.



루이즈가 보여주는 희망은 심화의 희망이다.

현재를 더 깊이 사랑하면 고통도 받아들일 수 있다. 상실이 예정되어 있어도 사랑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계 안에서도 무한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개인의 선택이 우주적 의미를 갖는다. 딸을 낳기로 하는 결정이 인류를 구원한다. “네가 태어날 거야. 그리고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게 될지 넌 몰라.” 유한함 안에서의 무한한 사랑. 제약 안에서의 자유로운 선택. 어떤 희망을 선택할 것인가?



두 영화는 결국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밖으로 나아가면서 찾을 것인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발견할 것인가?

우주에서 답을 구할 것인가, 마음에서 평화를 찾을 것인가?

미래를 바꾸려 할 것인가, 현재를 받아들일 것인가?


어쩌면 이것은 잘못된 이분법일지도 모른다. 엘리의 확장과 루이즈의 심화가 반드시 대립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두 영화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인간 조건의 핵심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고독과 연결. 시간과 영원. 지식과 사랑. 진보와 수용.


『컨택트』는 말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어라이벌』은 말한다. “혼자여도 괜찮다.”


두 메시지 모두 우리에게 필요하다.


우주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엘리의 용기.

미래의 고통을 감수하며 현재를 사랑하는 루이즈의 지혜.


어쩌면 진정한 성장은 이 둘을 모두 품는 것일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아가면서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

확장하면서도 심화하는 것.

꿈꾸면서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두 영화가 함께 전하는 진짜 메시지일 것이다.




부록: 세 번째 선택지 - 『애드 아스트라』(2019)


줄거리 요약


우주비행사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는 완벽한 군인이다. 그의 아버지 클리프드는 20년 전 해왕성 근처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는 임무 중 실종됐다. 갑자기 태양계 전체를 위협하는 에너지 폭발이 발생하고, 그 원인이 아버지의 실험과 관련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로이는 아버지를 찾아 화성을 거쳐 해왕성까지 가는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광기에 빠져 있었고, 로이와 함께 지구로 돌아가기를 거부한 채 우주선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 로이는 아버지를 구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홀로 지구로 돌아온다.


로이의 장애와 초목표


외면적 장애: 태양계를 위협하는 에너지 폭발의 원인 해결

내면적 장애: 감정을 억압하며 살아온 채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외면적 초목표: 아버지를 찾아 에너지 폭발 문제 해결하기

내면적 초목표: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진정한 자신 찾기


캐릭터 아크: 억압에서 해방으로


시작: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기계 같은 인간


“나는 침착함을 유지한다. 항상 집중한다”

심리 평가에서 항상 완벽한 점수

아내와의 관계도 감정적 거리를 두고 유지


끝: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간적 연결을 추구하는 존재


아버지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용서

억압했던 감정들을 인정하고 표현

아내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


『애드 아스트라』가 보여주는 세 번째 길


『컨택트』가 확장의 희망을,

『어라이벌』이 수용의 희망을 보여준다면,

『애드 아스트라』는 회귀의 희망을 제시한다.


로이는 우주 끝까지 가서 깨닫는다. 외계 생명체도, 우주의 신비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진짜 중요한 것은 지구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라는 것을.


“나는 우주 끝까지 가서 아버지를 찾았다. 하지만 정작 찾은 것은 나 자신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우주 영화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아갈수록 안이 보이고, 멀리 갈수록 가까운 것이 소중해진다는 것.


“우주는 넓다. 그리고 마음도 넓다. 둘 다 탐험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때로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큰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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