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2)
부제 : 내가 날아오를 것이라 말해준 친구를 위해
고래가 아래를 향할 때 '곧 빛날 거야' , 고래가 위를 향할 때 부제인 '내가 날아오를 거라 말해준 친구를 위해'로 두고 있습니다만, 정해진 것은 없기에 편한 방향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곧 빛날 거야는 탈출의 이야기 중 가장 이상적이고 행복한 결말을 가집니다. 강력한 바람을 가진 만큼 작업과정에도 힘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이번엔 과정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스케치를 세세하게 그리 다기보다 덩어리 정도만 잡고 어울리는 상황을 그때그때 맞춰가는 작업을 선호합니다. 손이 자유롭게 나아가는 걸 즐기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내면의 대화를 많이 합니다.
이 그림 역시 기나긴 잠식에서 내면과의 이야기를 오래 나누게 됩니다. 이후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이 아닌,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거워진 응어리를 부수기로 결정합니다.
우주와 바다는 늘 함께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임과 동시에 본인이지요.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세심하게 살피며 부서질 준비와 부술 준비를 합니다.
복잡한 생각을 담은 무거운 구름은 성운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고, 파도를 끌고 온 고래는 구름 형태의 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싸우는 모습이 아니기에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하였습니다. 나비가 있던 탈출과는 다른 형태지요.
거센 파도의 꼬리가 큰 응어리를 부수면,
잔잔한 파도의 몸체가 굴려 백사장의 흰 모래알처럼 작고 빛나는 형체로 만듭니다. 이는 지나온 길을 표시하며 길게 이어져 은하수가 될 겁니다.
하나 더 숨겨둔 장치가 있는데 뒤집었을 때 잘 보입니다.
성운이 고래를 안고 있는 형상이 나타나거든요.
고래의 덩치가 큰 만큼 조심스럽고 우주는 그런 고래의 마음을 잘 알기에 꼭 안아주며 괜찮다 말해줍니다.
옆면도 그림과 이어 그리는 편입니다. 이야기가 끊기는 걸 원치 않았어요.
고래가 지나간 길 위엔 은하수가 새겨질 거예요. 부서진 응어리들은 반짝이는 길이 될 테지요.
밀려 나오지 못해 가라앉은 무거운 응어리들은 고래의 등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한동안 눈물이 마르지 않아 바다가 가려주어도 자국은 남아있지요. 스스로 소멸하고 다시 탄생하기까지 어쩌면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는 재촉하지 않고 보듬어주며 기다려줍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되면 고래의 등에서 예비 별의 형상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큰 별의 형상을 가진 아이는 곧 빛나기 위해 태어날 거예요. 제게 날아오를 것이라 말해준 친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