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숙자의 금요일_스타벅스

by 홍작자

사실 오늘도 난 스타벅스다.

사흘간 텀을 뒀더니 뭐 휴가라도 다녀온 것 마냥, 오늘의 순간순간이 어색하다.

기모가 들어간 후드티 덕분일까? 아침부터 몸에서 열이 나길래,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를 마실까 약 7초 동안 고민하다가, 그냥 만만한 라떼 그란데를 콩코드 텀블러에 담았을 뿐이다. 텀블러가 환경을 지켜주고 배려해주는지는 몰라도, 매번 이 녀석을 세척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겠지.


오늘은 아무도 안 쓰는 단어인데 나 혼자 굳건하게 쓰고 있는 불. 금이다.

그리고 오후 9시 23분부터는 나의 '개망나니 데이'다. 어감도 별로다. 그래도 저만한 어휘는 없다. 치팅데이는 뭔가 약하니까... 스트레스 데이 뭐 다 별로다.

엄마의 딤채에 겨우 한 귀퉁이 자리 잡은 처음처럼 브랜드 쇠주들로 내 위장을 세척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볼 영화도 일단은 정해놨다.

달콤한 인생을 다시 정주행 해야겠다.


물론 곁들일 안주도 생각해놨다.

스팸 구이와 계란말이 혹은 목살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그냥 귀찮으면 멸치 견과류 볶음을 퍼먹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안주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안 쓰는 단어 불. 금인 오늘을 개망나니 데이 스케줄로 마무리하면 다시 토요일이다.

시간이 새삼스럽게 잘 간다. 1월도 벌써 열흘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그럼 또 12분의 1이 지나가는 것인가...

정말 빠르다. 아마도 내가 더욱더 존늙으로 거듭나는 중이라서 그렇겠지.

흰머리를 염색으로 감추고 비니로 숨겨도, 올드함을 이제는 감추거나 숨길 수는 없다.


스타벅스에서 곧 연기처럼 사라질 시간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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