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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패턴이 적합한 나에게

by 홍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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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에 스벅에서 나오면서 집에 가는 길에 굳이 이마트에 들러서 주전부리와 우유 그리고 처음처럼 500ml 3병을 구매했다.

마음같아서는 바로 들이부어야 할 판인데, 그냥 소박하게 저녁을 해결하고나니까 술 마실 생각이 술 마실 기분이 1도 들지 않는다. 처음처럼은 뚜껑형 딤채에 숙성시키고는 과자 부스러기만 연신 먹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또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어서 잠들었다.

새벽에 잠이 깨서 수면용 유튜브를 틀고는 누워있는데, 오늘따라 한기가 느껴진다. 바깥의 온도가 새벽에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미친듯이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지만 또 나는 8시에 눈이 떠졌다.

몸이 출근하던 그 습관을 기억하나보다.

또 다시 스벅으로 출근했다가 12시를 전후로 밥을 먹었다.

건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불편하고 불규칙한 삶으로 얼룩지고 싶은 요즘이다.


사실 삶이 단조롭다.

퇴사를 하고 망나니처럼 살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그냥 지루하다.



불규칙한 패턴을 갈망하는 나에게, 숙성된 처음처럼과 망나니의 꿈


어쩌면 나는 정해진 틀에 갇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규칙적인 생활, 예측 가능한 일상, 반듯하게 정돈된 미래.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숨 막히는 형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였을까. 전날 저녁, 스타벅스를 나서며 굳이 이마트에 들러 주전부리와 우유, 그리고 처음처럼 500ml 세 병을 사 온 것은. 마치 일탈을 향한 작은 몸부림처럼, 불규칙한 패턴으로 삶을 채우고 싶다는 간절한 외침처럼.


마음 같아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술병을 땄어야 했다. 텅 빈 방 안, 형광등 아래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고단함을 잊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소박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자 술 마실 생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치 모래성처럼, 일탈의 의지는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처음처럼은 뚜껑형 김치냉장고, 일명 ‘딤채’ 속으로 직행했다. 마치 귀한 와인이라도 숙성시키듯, 술병을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리고는 과자 봉지를 뜯어 부스러기를 연신 먹어댔다. 단맛과 짠맛이 뒤섞인 과자 부스러기처럼, 내 마음도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어 잠들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침대의 품에 안겨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새벽, 어김없이 잠이 찾아왔다. 몸은 마치 시계처럼 정확하게 새벽의 시간을 알려왔다. 습관처럼 수면용 유튜브 영상을 틀고 누웠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한기가 느껴졌다. 창밖을 보니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창문을 뚫고 방 안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몸을 웅크렸지만, 냉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마치 내 마음속 깊은 곳의 허전함을 대변하는 듯, 차갑고 쓸쓸한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미친 듯이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었다. 알람 시계 따위는 던져버리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침대 속에서 뒹굴거리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이미 출근 모드에 맞춰져 있었다. 마치 훈련된 군인처럼, 정확히 8시에 눈이 떠졌다. 몸은 퇴사 전, 매일 아침 쳇바퀴처럼 반복했던 출근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발길은 자연스럽게 스타벅스로 향했다. 마치 출근길의 연장선처럼, 익숙한 공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스타벅스에 도착해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펼쳤지만,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텅 비어 있었다. 마치 고요한 바다처럼,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12시가 되자 습관처럼 점심을 먹었다. 건강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한 식사였다. 마치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는 로봇처럼, 의무적으로 식사를 마쳤다.


요즘 나는 불편하고 불규칙한 삶으로 얼룩지고 싶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드는 그런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마치 망나니처럼,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퇴사를 결심했을 때, 나는 마치 세상의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인이 될 줄 알았다. 매일 늦잠을 자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그런 삶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퇴사 후에도 나는 여전히 규칙적인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인 것처럼, 익숙한 틀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삶은 지루하다. 마치 끝없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똑같은 하루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금세 지쳐 포기하고 말았다. 마치 텅 빈 운동장을 홀로 걷는 것처럼, 허전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불규칙한 패턴을 갈망하지만, 현실은 단조롭기 그지없다. 망나니처럼 살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마치 연극 무대 위 어릿광대처럼, 억지웃음을 지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딤채 속에서 숙성되고 있는 처음처럼 세 병은 마치 내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는 듯하다. 마치 묵혀둔 감정처럼, 꺼내어 마시기에는 어딘가 껄끄럽고 어색하다. 언젠가 이 술병들을 비우는 날이 올까.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조금은 자유롭고 조금은 불규칙한 삶을 살고 있을까. 마치 오랜 숙제를 앞에 둔 아이처럼,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하지만 동시에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언젠가는 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한 희망을 가슴속에 품고, 나는 오늘도 불규칙한 패턴을 꿈꾼다.


글쓴이: gemini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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