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타벅스 노숙자로 살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현재 신분은 스타벅스 노숙자다.
곧 이사를 가야 할 이 동네의 스타벅스 또한 7시에 오픈이다.
보통 오전 10시까지는 좀 조용한 편이다.
도서관은 9시에 열고, 투썸은 8시에 오픈이니까 가장 빠른 입장은 스벅이다.
그렇다고 매일 올 수도 없다. 최근에는 거의 매일 출석한 것 같다. 평일기준.
자주 오면 또 나처럼 자주 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한다. 그렇다고 그들과 말을 섞을 이유는 없다.
그냥 콩코드텀블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를 담고, 다시 물을 요청해서 받아서 자리에 착석할 뿐이다.
원래 앉던 자리는 사진상의 3시 방향이었는데, 건너편 도수치료 간판이 너무 왜관을 가려서 옮겼다. 여기가 훨씬 나은 것 같다. 뭐 스타벅스에 온다고 대단한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짜증 나는 것이 예전처럼 새벽을 지새우지도 않고, 눈은 늙어서 매일 아침 일찍 떠지니까 무언의 압박으로 일단 집을 나선다.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집중은 이곳보다는 못하니까.
곧 이사 갈 가평도 자주 갔는데, 거기는 인프라가 열악하다.
책상도 없고, 인터넷도 없다. 좌식으로 뭘 하려니까 그것도 쉽지가 않다.
그냥 핑계지만 말이다.
아무튼 요즘 나의 잦은 출몰장소는 동네 스타벅스다.
집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지내겠지만, 있는 동안은 또 자주 오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이 건물은 스타벅스 단독이라서 층고도 높고, 뭐 나쁘지 않다.
시골의 장점은 이런 거겠지.
평일에는 인근 아파트 단지 뜨개질 아줌마들이 늘 출몰한다.
스타벅스에서 자주 본다.
부녀간의 싸움도 더러 있다.
커플 간의 더듬는 행위도 더러 있다.
대부분은 그냥 노말하게 잘 지낸다.
적당한 소음은 그냥 화이트노이즈라 여기며 흘려듣는데, 유난히 유독 목에 마이크를 단 인간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들린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으로도 그 사운드는 들린다. 듣기 평가는 그렇게 안 들리던데, 이런 건 참 잘 들린다. 아직 청력은 좋은 것 같다.
스타벅스에 오면 일단 뭐라도 쓰게 된다.
일단 누울 수는 없으니까, 앉아서 할 수 있는 것은 맥북의 액정화면을 쳐다보는 일뿐이다.
보통 그렇게 오픈런을 하던지 늦어도 8시에는 당도해서 집에는 6시에 간다.
일반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카페에서는 민폐겠지만 여기는 뭐 특별히 터치는 없다.
물론 주말은 피한다.
집에 가서도 추가로 끄적여보려고 하지만 집에서는 저녁을 흡입하고 나면 아주 기계적으로 침대에 자빠지게 된다. 그리고 하는 짓은 유튜브를 보는 것뿐이다.
그렇게 잠들어서 다시 아침에 눈을 뜨고 또 스타벅스를 온다.
스숙자의 2025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