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되새김질

by 홍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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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공간이 필요해서 엄마랑 살던 신사동에서 나는 또 신사동으로 옮겼다. 물론 강남구 신사동에서 은평구 신사동이었다. 지하철역에서 5분 남짓거리였고, 나름 풀옵션에 혼자 살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6월에 그곳에 와서 몇개월 안돼서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가 오니 비가 샜다. 집주인은 고쳐줄 마음이 없어보였다. 돈이 드니까 수리는 하기 싫고, 그냥 월세만 받아 처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더니 얼마 안있다가 건물주가 바뀌었다. 아마도 투자성으로 갖고 있었는데 하자투성이니 부동산에 내놓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덥썩 물었던 것 같다.


바뀐 집주인은 나름 대화가 통하는 듯 했는데, 느닷없이 베란다에 지붕을 씌워주겠단다. 한마디로 불법이다. 부동산이든 어떤 업자든 얇은 귀가 움직였는지 나는 며칠 집을 비워주어야 했고, 지붕이 생기니까 나쁠 것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문제는 이틀만에 발생했다. 옆집 신고정신 투철한 이웃이 그 베란다 지붕을 구청에 신고한듯 보인다. 불법이니 구청은 일조권 침해라며 강제이행금을 언급하며 다시 원복을 요구했겠지. 집주인이 다시 지붕을 없앤단다. 너무 짜증나서 그냥 나는 이사를 가겠다고했다. 그러란다.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이곳보다 더 넓은 곳을 하지만 계단을 세 개 내려가야하는 소위 반지하의 제왕으로 이사가게 되었다. 그렇게 미친 지하는 아니었고, 공간도 넓었고 괜찮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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