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만난 여학생 승민이는 민박집 저녁에 소소한 맥주파티 자리에서 피렌체를 찬양했다. 본인은 이곳을 오기 위해 냉정과 열정사이를 수차례 봤다는 얘기부터, 마치 로망의 도시를 서울에서부터 분주하게 준비한 듯 보였다.
난 냉정과 열정사이 책도, 영화도 보지 않았다. 한동안 일본 문화는 그냥 꼴도 보기 싫어서 다가가지 조차 않았으니까, 굳이 뒤늦게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사흘 정도 머물 피렌체는 자꾸 장기투숙으로 날 내몰고 있었다.
난 피렌체 곳곳을 현지인에 가깝게 알게 되었고, 한 번은 대학생 무리들과 가이드 흉내를 내며 안내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이따금씩 피렌체의 순간들을 꺼내보면 역시 예쁜, 아름다운 도시는 아무렇게나 찍어도 엽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엽서를 쓸 대상이 없어서 문제지만...
피렌체는 엽서로 담고, 나는 그냥 속세에 닳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