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달을 먹는 유형에는 완숙과 반숙이 존재하듯
머릿속으로 되뇌어 보는 생각에도 완숙과 반숙은 존재한다.
완벽하게 밑그림부터 스케치 그리고 색을 입혀보기도 하고,
그저 드로잉 정도로 가볍게 구상만 해보기도 한다.
여행을 생각해본다. 여행노트를 한 권 완성할 정도의 완숙 여행.. 여행지를 정하고 숙소를 다 예약하고 타임테이블 대로 이동하며, 뭘 먹을지 얼마일지까지 완벽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말이다. 생각만 해도 난 몸서리가 쳐진다.
그럼 반숙은 어떨까? 좀 덜 익은 여행.. 내가 익혀가고 내가 익어가는 여행.. 오늘은 그냥 현지인처럼 오늘은 하염없이 거닐어보고 그냥 바람 가는 대로.. 그냥 여행지에 맡기고 말이다. 내일은 어딜 가지? 내일은 뭘 먹지? 그게 고민이 될 수는 있다. 이따금 노숙을 할 수도 있다. 이따금 2박 3일간 야간열차에 몸을 맡겨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몸과 맘이 지칠 수도 있다. 그래도 반숙이 좋다. 사실 반숙도 아니다. 거의 날달걀이다.
내 여행은 날달걀 그냥 생계란이다. 삶아도 되고, 프라이를 해도 되고, 계란말이를 해도 되고 찜을 해도 된다. 처음부터 삶은 달걀은 재미없잖아.. 맛도 없고..
그래도 담에는 여행지는 대충은 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