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행위에 대해 떠올려봤다.
인터넷이 없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을 문득 떠올려봤다.
집에 엄마가 거금을 주고산 오디오(전축)에서 라디오를 통해 좋은 노래가 있으면 메모하거나 녹음했다가, 레코드샵에서 테이프나 cd로 구매를 했다. 교보문고 잡지코너에서 음반잡지도 가끔 읽어보기도 하고, 동네 조그마한 레코드가게에 앞에 놓여져있던 순위차트 종이를 보면서 참조하기도 했다.
사실 음악을 열심히 듣는 성향은 아니었다. 물론 음악 플레이어는 꼭 있었다. 그것이 워크맨이든 씨디피든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 디바이스에 비해 씨디나 테이프는 수집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진 않았다. 물론 종로3가에 음반 도매상가에 가서 교보문고 핫트랙에서 12900원이던 씨디를 9500원에 사오는 루트는 알고 있었다.
어찌되었건 음악을 듣는 행위는 부지런해야만 했다. 좋은 음악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했고, 그 음악을 듣기 위한 음반을 사야했고, 당연히 집에서 또 밖에서 들을 디바이스가 갖추어져있어야 했다.
그때 당시는 비교대상이 없으니 그냥 불편하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하질 않았다.
그리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미국은 냅스터 한국은 소리바다에 빠져들었다. 미친듯이 올라오는 mp3 음악파일을 그냥 다운로드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개개인이 올린 것이어서 음질을 기대하는 것은 복불복이었다. 당연히 mp3 플레이어가 보급되던 시절은 아니니까, 아직 씨디피에서 mp3를 지원하지도 않아서 mp3파일을 씨디피에서 들을 수 있는 파일로 변환해서 다시 구워야했던 것 같다.
이 짓을 하려면 또 씨디 라이터라는 걸 컴퓨터에 달아야했고, 당연히 용산에 가서 공씨디를 사야만 했다. 공씨디도 무조건 싸구려를 사면 튀기때문에 뻑이 나지 않는 것을 잘 찾아야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귀찮고 번거로운 짓인데, 씨디 라이터로 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mp3 플레이어가 국산제품이 좀 활개를 치는듯 하더니 아이팟이 출시하니까 그냥 mp3 시장을 평정해 버렸다. 나는 또 아이팟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동기화가 일단 너무 짜증이 났고, 그냥 아이팟은 딱히 내가 원하는 디바이스는 아니었다. 꾸역꾸역 소니와 코원등의 mp3플레이어를 썼지만 이마저도 얼마가지 않아 스트리밍 뮤직 서비스와 스마트폰 때문에 상황종료가 되어버렸다.
누나 회사 찬스를 써서 엠넷닷컴을 요긴하게 잘 썼고, 최근에는 그냥 8900원을 다달이 결제하면서 애플뮤직으로 정착을 했다.
그냥 편하고 편리하고 이제는 음반을 사는 일은 하지도 않고, 음반을 사도 그것을 재생할 플레이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