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과 공황

by 홍작자


어딘가로 떠나는 일이 없어도 여행자들의 숨결 혹은 공항의 공기라도 느껴보려 이따금 공항철도를 타고 괜히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물론 2019년 방콕-치앙마이 여행 이후로는 그마저도 할 수가 없었다.


요 며칠 나 스스로가 방황을 거듭했고, 그게 공황까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숨이 막히는 것 같아서 그래도 잘 견뎌보려 애썼는데 터져버렸다. 그래서 공황도 아닌데 공황이라고 스스로 자가진단을 내리고는 공항으로 향했다. 물론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떠날 수는 없었다. 그냥 공항에 가고 싶었다.


다행히 밤 열한 시가 넘은 상황인데 7호선-9호선-공항철도 코스로 이어지는 열차노선이 존재했다.

처음부터 공항을 갈 생각은 없었다.

일단 고속터미널로 향해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버스표를 끊으려고 했다. 그래 봐야 대안은 부산 정도밖에는 없었다.

부산은 편도만 4만 원이다.


가면 좋겠지만, 부산은 이런 식으로 가서 늘 망해서 차비만 날리고 돌아온 숱한 경험이 있기에 과감하게 배제해 보기로 한다.

그럼 난 어디를 갈 수 있을까?


술도 마셨으니, 운전은 불가고... 그냥 불현듯 인천공항 노숙이 떠오른다.

코로나니까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냥 잠깐 눈은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술을 마셔서 갈증이 솟구친다. 지하철에서 공항철도를 기다리며 음료수를 뽑아보려는데 안된다.

꾸역꾸역 30여분 달려야 할 공항철도를 솟구치는 갈증을 잘 참아내며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삼다수 2리터짜리를 사서 미친 듯이 들이켰다. 물먹는 하마처럼...

그리고는 내 공간을 확보하러 둘러본다.


다행히 여행객들이 별로 없어서 화장실이 인접한 공간은 확보를 했다. 입고 온 패딩을 베개로 만들어서 누워본다.

잠이 쏟아지기보다 몸이 고단하다. 미친 듯이 잘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몇 시간 쪽잠이라도 자보려고 애쓴다.


그렇게 자다가 눈을 떴는데 이제 2시 30분이다.

우리 집보다 공항이 더 조용하고 고요하다.


핸드폰도 쳐다보지 않는다. 아이패드로 글을 써볼까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맨 정신에 맑은 영혼으로 써야겠다고 다짐하고는 또 누워본다.


5시 반이다.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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