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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Feb 27. 2022

플랫폼에 탑승하는 일

어차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금은 좀 뜸하지만 유럽여행을 가려면 유랑이라는 네이버 카페가 절대적이었다. 여전히 서점의 가이드북도 건재했지만, 이미 카페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공유했다. 현지에서는 한인민박이 공유의 장이었다.


그곳에서 몇 마디 나누면 나는 다음 여정의 숙소도 구하고, 맛집도 알 수 있었고, 소소한 팁들을 먼저 내가 갈 도시를 이미 거친 이들에게 들으며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할 수가 있었다.


사실 지금은 사전 정보는 이제 무의미하다. 핸드폰에 현지 유심을 장착하거나, 그곳에서 와이파이가 되는 맥도널드라도 들어가 있으면 터치 몇 번으로 그곳의 어지간한 것은 다 얻어낼 수가 있다.


플랫폼...


고리짝이지만 내가 여행 무렵에는 유랑이라는 카페가 어쩌면 플랫폼이었다. 저곳에 가입하면 난 여행 전, 중, 후로 나눠서 내가 필요한 것들을 취할 수가 있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나는 여전히 여행을 쓰고 있다.

사실 글 쓰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고민하거나 고려해 본 적은 없다.


어차피 글은

눈으로는 모니터를 응시하고,

손으로는 키보드를 마주하며,

엉덩이는 의자에 본드로 붙여놓고,

머리로는 끊임없이 지나간 경험에 숨을 불어넣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게 보통의 글을 쓸 때는 일방적이었다.

결국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함이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라, 노출을 꺼려했고 어쩌면 두려워했다.


그리고 두 달 전 나는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를 접했다.

물론 이마저도 수차례 낙방의 고배를 거듭한 끝에 아주 우연한 또 절실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다.


뭐 큰 이슈는 없었다.

매 번 글을 발행할 때마다, 10개의 라잇킷이 붙고 조회수는 늘 미미했으며, 초심은 이미 잃었고, 심지어 꾸준함도 놓친 상황이었다.


그리고는 어저께 갑자기 나의 짜장면 관련 글에 점심시간부터 조회수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경로 유입으로 역학 추적을 해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히 브런치 계열인 다음에 노출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조금 더 뒤져보니, 여행 맛집이라는 카테고리의 대문에 내 글이 노출되어 있었다. 정확하게는 사진빨이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까울 것이다.


그렇게 천 단위로 알림이 울려서 그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정오로 시작된 조회수는 자정이 다 돼서 거의 6만이 좀 안 되는 선에서 종료되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도 몇 천 건의 조회수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그냥 노출의 힘이고, 플랫폼의 힘이다. 내 글이 잘 써서는 아니다. 그냥 냉정하게 사진빨 그리고 다음에서 노출시켜준 덕분이겠지.


사실 그렇다. 지금 플랫폼의 대표 격은 유튜브다.

누구나 쉽게 핸드폰 정도만 있으면 영상을 업로드해서, 그러다 떡상 콘텐츠가 하나 생기면 구독자도 늘고 뭔가 시동이 걸린다. 그러다 수익도 발생할 것이다.


브런치는 약간 다르다.

아무리 글을 써도 여기에 광고가 붙을 일도 없고, 운 좋게 브런치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거나, 더 운 좋게 출판사에서 출간제의가 와도 직접적으로 수익으로 창출되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브런치로 돈을 벌 생각은 아무래도 유튜브보다는 매우 덜 할 것이다.


그럼에도 돈을 떠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브런치를 통해서 글을 생산해 나가고 있다.

다음카카오에서도 사실상 그들에게 브런치가 수익성 사업은 아닐 텐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혼자서 율리시스나 스크리브너에 글을 쓰는 일도 하면서, 또 브런치라는 공간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가끔은 그냥 실시간 소통이 그 반응이 궁금하고 또 그리워서인지도 모르겠다.


혼자서는 글이라고 하기엔 그냥 일기나 일지 혹은 기록 정도에서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고, 나 스스로가 아무리 객관적이고 냉정한 잣대를 디밀어도 여전히 극히 주관적인 성향의 글일 뿐이다.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지 않는 이상은...


브런치는 어쩌면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작가와 독자(아직은 아니지만) 그냥 글 쓰는 인간과 글 읽는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다.


예전 방식이 좋고, 지금의 브런치가 별로고 이런 것은 아니다.

그냥 종이로만 된 것이 꼭 책으로 규정할 수 없으며, 서점을 가지 않아도 누군가의 노력을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어제 하루였지만 조회수 떡상, 아니 별 것도 아닌 글에 클릭을 해 준 한 사람, 한 사람이 새삼 감사할 따름이다. 그들은 쉽게 터치하고 클릭했는지는 몰라도 내게는 그 터치와 클릭이 쌓여서 내가 글 쓰면서 절대 경험하지 못할 조회수로 하루였지만 행복했으니까, 아니 보람찼으니까, 아니 다시 글을 더 열심히 아니 더 잘 써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치밀어 올랐으니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냥 계속 써내려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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