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혼술

by 홍작자
xIufktr9oKjR_cglu_KpDihp02g.JPG

이슬이어도 상관없고, 처럼이어도 상관없다.

이즈백만 아니라면...


이즈백은 사실 좀 맹숭맹숭하다.


물론 지역을 들르게 되면 지역 소주를 먹는 게 암묵적인 술꾼들의 합의다.


대표적으로 제주에 가면 라산을 마신다.


혼술에 익숙해져 버렸다. 벌써 8년 차에 접어든 것 같다.

혼자 살게 되면서 누군가의 간섭이나 방해가 존재하지 않게 돼버린 순간, 난 혼술의 늪에 빠졌다.

이미 편협했던 인간관계에 구차한 구질구질하면서 구체적인 약속을 굳이 잡아서 만나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가장 편한 것은 혼술이었다.


안주가 국영수가 아닌 이상 나는 소주 3병이면 늦은 밤 혹은 새벽을 달랠 수 있는 적당한 선이었다.

안주는 그게 무엇이든 부대껴서 제대로 먹은 적이 없기에 딱히 관심도 없었다.


써야 할 글은 안 쌓이고, 먹지 않아도 되는 술병은 미친 듯이 쌓여만 갔다.

술을 쓰고, 글을 마시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다시 유 권사님과 합치면서 어찌 되었건 눈치는 보여서 예전처럼 술꾼의 모습으로는 살아갈 수 없었다.

여전히 자유방임적이면서 자유분방했던 글의 감옥이라 여겨졌던 작업실의 술로 지새운 나날들이 가끔은 그립다.


알중이 아닌 것이 감사하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은 개망나니 데이를 만들어서 그 날 만큼은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고 관짝에 미라처럼 있고 싶지만, 술을 마시면 더 일찍 일어나는 좀비가 되는 상황이니...


얼마 전 다녀온 친구들과의 제주 여행을 떠올려본다.

늘 혼술에 혼신을 다했던 내게, 그 시간만큼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혼신을 다했다.

물론 서울에서 잘 먹지도 않던 치킨 그리고 라산이 함께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혼자가 익숙했던 내게 친구들과의 함께가 하염없이 그리웠는지 모르겠다.


다시 서울로, 일상으로 돌아와
난 혼술의 혼신을 다할 것이 아니라,
글 쓰는 것에 혼신을 다해야겠지.
혼술이 미친 듯이 생각났지만 참고 또 참고 있는 오늘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별로 바쁘지도 아프지도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