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안 남은 총각 친구들

by 홍작자

그냥 아저씨다. 친구들의 대부분은 가정을 꾸리고, 그 가정의 가장으로 아빠로 남편으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를 필두로 자유로운 영혼 셋은 여전히 총각이라는 뭔가 이제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부인하고 부정하며 그냥 결혼은 안 한 아저씨로 살고 있다.


쉽게 친구 하나는 음악, 또 다른 친구는 영화를 하니까. 음과 영으로 지칭을 해두자.


음은 결혼을 안 하고 있을 뿐이지 3년 정도 사귄 여자 친구도 있다. 영은 솔로지만 뭐 알아서 잘 살고 있다.


영이 안과를 방문한다고 음의 작업실 근처 병원에 들렀고 나도 이들을 이 둘을 보고자 주말을 앞둔 어제 굳이 퇴근길에 그곳으로 향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나왔지만, 음과 영은 원래 친했고, 나는 그냥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친구들과의 경조사로 우연히 가끔씩 보다가 올해 봄에 가볍게 장어집에서 마신 술자리로 급하게 제주도로 향했고 남자 셋이서 3박 4일간 술만 마신 그 공간의 시간이 이상하게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는 정해진 것 없이 어제 급작스럽게 만났다. 음의 작업실 근처 고깃집에서 가볍게 소주를 마셨고, 2차로 근처 식당에서 두부김치에 부대찌개에 조금 무겁게 또 소주를 마시고, 마지막으로 작업실에서 편의점 캔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나니 새벽 3시 50분이다.


영은 10분을 더 기다리다 할증이 풀리고는 택시를 타고 이른 귀가를 했고, 난 그냥 작업실에서 잤다.


남자 셋이서 무슨 대화를 할까?

생각보다 주제는 넘쳐흐른다.

학창 시절 얘기는 기본 베이스로 깔고,

여자들이 싫어하는 메이저리그, 프리미어리그 얘기.

그리고 여자들이 싫어하는 여자 얘기 등등.


친구들과 만나면 확실히 편하고 쌍욕을 비롯한 육두문자는 자연스럽게 나와도 재밌기만 하고 그냥 즐겁다가도 또 그냥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은 솔로여서 이렇게 술 마시며 밤새 얘기할 수 있고, 눈치 볼 대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결혼도 좋고 가정도 좋고 또 중요하지만, 이따금 만나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새삼 괜스레 신났던 어제다.


사실 술이나 마신 것뿐이다.


제주도에서 마셨던 술.

다시 서울에서 마신 술.


참 남자끼리는 밤에 할 것이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맨 정신으로 친구들을 대면하기도 그렇다.


정신을 차리면 3시 58분

정신을 더 차려도 9시 48분

그냥 그저

봄을 지나친 가을 정도로 해두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교동 스타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