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대화

by 홍작자

얼마전 애플 잠실에 들렀다. 애플스토어라고 불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애플 가로수길, 애플 여의도, 애플 명동 이렇게 불리는 것 같다.

오픈일을 피해서 평일에 들렀지만, 그래도 붐볐다. 아직 아이폰 신제품이 우리나라에는 출시직전임에도 그냥 매장은 몹시 붐볐다.

나는 아이폰 14프로맥스의 맥세이프 케이스를 일단 둘러봤다. 가죽케이스는 다 좋은데, 결국은 마모가 일어나고, 실리콘케이스는 여름에 온도를 마주하면 실리콘 성질 덕분일까 케이스의 변형이 일어나서 아이폰을 잘 감싸주지 못하고 헐거워진다. 클리어 케이스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마감상태가 나쁘지 않다. 물론 비싸다.


그리고는 원래 고민하던 맥북에어, 맥북프로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혼자서 M2 맥북에어 미드나이트를 둘러보고 있는데, 거기 직원이 말을 건다. 평소 다른 애플스토어의 직원과는 다르다. 자긴 맥북을 모르는데, 나보고 알려달랜다. 무슨 말인지... 나도 잘 모르고 난 사진 관련 작업만 주로 한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궁금한게 있다니까 맥북 전문 직원을 소환해준댄다. 그렇게 누가봐도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왔다. 앳뎌 보였지만, 굉장히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사진 일도 꽤 했고, 대화가 좀 통하는 듯 했다. 내가궁금한 부분을 굉장히 잘 긁어줬다. 흡족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사적인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본인이 사진 일을 하면서 받은 고충. 임용고시가 붙어서 체육교사를 해도 되는데 박차고 나온 것들, 애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유. 거기에 바이크를 타는 취미까지. 내가 생각한 젊은이들 흔히 MZ같은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예의도 바르고 남의 얘기를 들을 줄도 알았으며, 무엇보다 본인의 심지가 뚜렸했다. 유튜브도 운영한다기에 집에 돌아와서 바이크 유튜버를 아무리 검색해도 그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물론 굳이 애플 잠실을 다시 방문하면 마주칠 수 있겠지만, 남자끼리 브로맨스를 꾸리고 싶진 않았다.


많은 편견이 이 청년으로 사라진 느낌이었다. 마치 여행 중에 만난 우연처럼 말이다.

여행 중에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여행자일 뿐이다. 통성명도 나이도 굳이 얘기할 이유가 없다. 그냥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일 뿐이니까...

하지만 일상에서는 그냥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일단 기선제압이 필요한 것인지, 여전히 나이로 억누르려는 경향이 있다. 그건 서로가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은 늙은이들이 꼰대같고 그냥 별로일테고, 나이가 있는 사람은 요즘 젊은 것들은 이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서로 세대차이라고 할만한 벽이 존재한다.

실제로 대화가 안통하고, 불가능하기도 한다.


나도 사실 이 청년을 마주한 직후에도 색안경을 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색안경을 벗는 일은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배울 것이 많았다. 27으로 추정되는 나이에 경험도 많고, 임용고시도 합격했으며, 현재는 애플에서 다른 경험을 쌓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서 내가 27살엔 뭘하고 있었나 복기해봤다. 나는 26살에 제대를 해서 복학을 해야했는데, 등록금 때문에 또 휴학을 한채로 이동통신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도 갓제대한 상황이라서 나름 분주하게 살았던 것 같다. 상반기에는 일을 하고 하반기에는 복학도 하고, 대외활동도 하고 나름 바쁘게 말이다.


내가 사업체를 꾸린다면 스카웃 하고 싶은 인재였다. 이 청년은...

내가 면접을 본 것은 아닌데 그냥 합격시키고 싶은 지원자였다.


반면 나는 이 청년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다.

그냥 말많은 꼰대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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