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이너리그

by 홍작자

버텨야 한다고는 하지만, 정말 그 자리에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를 것이고, 섣불리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십 대에 세상 앞에 던져져 취준생의 삶을 살 때는 그래도 젊으니까 버틸만하다. 그래도 당분간은 여전히 젊으니까 말이다.


삼십 대도 그래도 젊다. 무엇을 하더라도 충분히 가능하고 오히려 이십 대보다 숙달되고 숙련되어있다.


사십 대... 사실 어렵고 복잡하며, 쉽지 않다.

변화는 이미 두렵고, 새로움이 이제는 설레기보다, 귀찮고 지겹다. 이미 굳어버린 잣대로 움직일 뿐, 중력을 거스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현실과 타협은 아닌데, 그냥 바운더리는 확실히 좁다.


하지만 이십 대도 삼십 대도, 그리고 사십 대도 버텨야만 한다. 언젠가 한 번은 오를 수 있다는 막연한 메이저를 향한 마이너리거처럼 말이다.


쉽지 않다. 나이에 불문하고, 거지 같은 것은 더 거지 같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늘 토가 나온다. 말싸움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의 비위를 잘 맞추고, 설득이 필요할 뿐이니까... 웃으며 살아가야 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해야만 한다.


이 바닥은 좁아서 자칫 잘못 소문나면 이미지만 안 좋아질 뿐이니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성질이 성깔이 짜증이 솟구칠지는 모르지만, 난 어린이가 아니다. 성질 내서 되는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다.


물론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되도록 내 안의 화를 끄집어내서 해결되는 일은 잘 없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그만두고, 그래 봐야 더딘 시간만 계속된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는가? 2년을 버텼고, 또 보 틸만 하지 않았는가?


군대도 2년, 통신사 계약도 보통 2년, 전세도 2년, 보통 2년이 괜히 인연이 아니겠지. 최소 2년은 썩어야 한다. 그래도 늦지 않고, 늙지 않다.


아직은 고2 때 압구정역에서 경복궁 역을 등하교하던 것처럼 견딜만하다. 고2라고 생각하자. 대입이 남은 입시를 앞둔 고2. 재수는 필수였지만, 이번에는 한 번에 가자.


2년 안에 또 어떻게 달라질지 기다려보는 일도 나쁘지 않다. 대신 내가 정말 열심히 미치도록 부지런히 또 성실히 해내야겠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은 급하게 유턴하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