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숙자의 도구_아이패드 프로

작자는 도구를 탓한다

by 홍작자

아이패드로 글을 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패드에 키보드를 합체한 뒤에 매직트랙패드를 연결한 뒤에 글을 쓴다.

아이패드로 글을 쓰려던 강력한 의지가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가지고 있던 맥북 에어 11인치로 비록 7년이 흘러가고 있었지만, 글을 쓰는 데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맥북 프로 15인치 새 제품에 대한 강력한 뽐뿌가 오는 바람에 그냥 내질렀다. 문제는 무게와 키감이었다. 생각보다 15인치는 무겁고 생각보다 자판이 얇게 만든다고 나비식으로 바뀌어서 일까 내가 원하는 키감은 아니었다. 새로 나온 맥북에어 13인치 골드를 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사실 글을 쓰는데 도구는 여타 예술 활동에 비해 도구 비용이 덜 드는 편이다. 그림처럼 물감, 붓, 팔레트, 도화지 등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진처럼 카메라와 렌즈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음악을 한다고 기타나 피아노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워드프로세서나 그냥 글쓰기 프로그램 아무거나 구동이 되는 구형의 컴퓨터여도 충분히 가능하고, 핸드폰으로도 글을 쓸 수 있으며, 예전 방식대로 그냥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끄적여도 큰 상관은 없다. 정해진 도구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북 에어를 거쳐 아이패드로 정착한 이유는 뭘까?

아이패드는 맥북과는 또 다른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화면이 터치가 되는 것도 있었고, 화면이 좀 직관적인 면도 있다.

화면이 직관적이다. 이 말은 무엇일까?

화면 안에 딴짓을 하지 않도록 그냥 내가 원하는 작업 화면만 뜬다.

맥북은 화면이 굳이 전체 화면으로 띄우지 않는 이상은 자꾸 다른 화면들이 아른거리고 자꾸 사파리로 인터넷을 하고 카톡을 확인하며 쓸데없는 짓을 연속적으로 행한다.

반면에 아이패드는 이런 과정이 좀 덜하다.


또 다른 매력으로는 전자도서관이다.

전자도서관은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빌릴 수 있는데, 이 어플이 꽤 유용하다. 생각보다 최신의 많은 책을 쉽게 빌리고 읽어볼 수가 있다. 도서관이나 서점을 당장 새벽에 책을 읽어보고 싶은 데 갈 수는 없다면, 전자책을 사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여가 가능하다면 이것만큼 좋은 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결정적인 매력은 애플 펜슬이었다.

아이패드에 자석으로 결속되어서 아무 때나 필요하면 꺼내 써 내려가면 그만이다.

대부분의 글을 스크리브너 어플을 이용해서 쓰지만, 굿 노트나 노타빌리티를 열어서 애플 펜슬로 끄적이기도 한다.


물론 이런 매력 발산을 하려면 아이패드 본체를 구매함과 동시에 키보드, 펜슬, 트랙패드, 파우치 및 각종 글쓰기 관련 유료 어플까지 구매하면 투자 비용은 대충 계산해도 200은 넘는다. 글 쓰려고 200을 태우냐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자기만족이고, 자신이 원하는 자신에게 걸맞은 도구를 능력에 맞춰서 사면 그만이다.


추가적으로 스벅에서 소음을 막기 위해 이어폰이든 헤드폰이든 노이즈 캔슬링이 가능한 것으로 구매까지 하면 또 돈이 든다. 물론 이것도 살 필요는 없다. 남들의 이야기가 재밌을 때도 많으니까, 그래도 가끔 집중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기준 30만 원의 노캔 이어폰과 50만 원 가까운 노캔 헤드폰을 살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3년째 쓰는 아이패드와 그 주변 친구들을 활용한 글쓰기 활동이 맘에 든다. 맥북 프로를 외부에서 들고 다닐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니까.

물론 글 쓰는 용도와 상관없이 내년 즈음에 아이패드를 또 바꾸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긴 하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작자는 도구를 매우 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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