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의 끝은 물건을 사지 않고, 안 쓰는 물건을 버리거나 팔아치우는 일이다. 모니터를 듀얼로 구성하면서 책상의
길이가 다소 아쉬웠는데, 정리는 못하고 다이소에서 머니터 받침대를 사 왔다. 마음 같아서는 모니터 암을 살까도 생각했는데, 일단 다이소를 써보기로 한다.
그리고 옆에 사이드 테이블을 하나 들였다. 누가 쓰느냐에 달린 것 같은데 전주인은 아마도 화장대로 썼던 스멜이 풍긴다.
테이블을 하나 더 들여서 갈 곳 잃었던 맥북과 아이패드를 올려놔봤다. 그리고 저기는 그냥 간이식탁으로도 훌륭하게 쓸만했다.
사실 정리정돈은 물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관계를 정리 정돈하고 있다.
역시나 나는 정리정돈은 쥐약인 것 같다.
사람도 사물도 다 말이다.
그냥 다 없애거나, 애매하게 처박아두거나 같다.
이미 떠나버린 누군가가 이따금 생각이 난다.
오늘 혼자 간 석촌호수에서도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맥주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상상을 해봤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결혼은 물 건너갔고, 연애도 사실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그러다 우연히 인연을 만나면 그렇게 연연하는지 모르겠다.
쿨한척하지만 세상 병신처럼 아등바등 방황하고 있다.
어차피 답은 없다.
시간이 그저 답이고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