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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Dec 20. 2021

스숙자의 방콕-치앙마이 e01

짐은 짐일 뿐

시작은 설렘이 요동쳐야겠지


제주도를 갈 생각이었다. 전날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뜬금없이 제주도를 가기로 구두합의 한 술꾼들의 대화는 그랬다. 물론 다음날 변동사항은 무조건 일어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술을 늦게까지 마셔도 어지간하면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술 먹고 물론 힘들어서 다음날 숙취를 잠과 생수로 끊임없이 버텨보지만 결국은 시간이 답이고 약이다. 그렇게 전날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는 마치 정말 어딘가로 떠날 것처럼 난 자주 가던 동네 스벅을 두고,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의 투썸을 들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를 시키고는 구석에 찌그러져서 아이패드를 꺼내 들고 있었다. 적어도 오후 2시까지는 그랬다.


2시가 좀 넘어서 어제 술꾼 멤버 중 한 명인 미스터 소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진짜 제주도 가냐고 아니 가자고. 나는 혹시 모르니까 그냥 일단 여권도 챙기고, 난 단벌신사니 여분의 옷을 더 챙겨달라는 말만 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지나서 그 녀석이 도착했다. 그리고 일단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버스를 탔다.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너무 아무렇지 않게 표를 알아봤다. 도쿄를 갈까 방콕을 갈까 일단 표부터 알아본 뒤 그냥 원래대로 제주로 가도 상관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생각보다 방콕은 쌌다. 왕복으로도 20만 원이 조금 넘었으니까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일단 결제하면 끝이다. 그렇게 비행기표를 버스 안에서 결제하고, 다시 버스 안에서 환전도 했다. 세상은 너무 좋아져서 그냥 핸드폰만 있으니까 다 된다. 그렇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환전 신청한 업체와 공항에서 만나서 바트를 받고, 수속을 밟고 뭐 할 일이 없었다. 우린 둘 다 짐도 없어서 부칠 것도 없고 뭐 할 일도 없으니 마지막 한식을 아니 일식을 먹었다. 소바를 먹으며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순 없었다. 물론 후식으로는 당연히 스벅에서 커피를 또 마셨다.


여행 참 별 거 없다. 비행기표만 끊으면 절반은 이뤄지니까.


이렇게 제주도 가려던 계획은 방콕으로 변경되었다. 이게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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