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의 여행, 감옥행

창없감

by 홍작자

17시간이면 대충 한 번 정도 환승을 일삼으면 구라파의 주요 도시에 도달하는 시간이다. 직항이 보통 11-12시간이니 말이다.

구체적으로 카약에서 프라하와 파리를 검색하니 대략 17시간이 맞다. 나는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파리나 프라하에 도착할 시간에, 창살 없는 감옥에서 17시간을 보내고 있다.


벌써 세 달째 주말마다 도합 34시간을 말이다.

오피스텔이 지어졌고 또 지어지고 있는 시골의 어느 곳에서 나는 폐기로 허기를 달래며 그렇게 바코드를 찍어대고 있다.


주된 고객층은 82프로가 공사장 인부들이다.

외부 골조는 끝나서 내부 나름 전문가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이를테면 천정, 에어컨 공사등으로 보면 되겠다.


그들이 먹는 것은 주로 달달한 캔커피 중에 무조건 2+1과 담배다. 요즘은 여름이라, 날이 무더운 관계로 얼음 빅컵에 담아낼 음료나 커피를 찾는 빈도가 늘었다.


이들의 일과가 끝나면, 저녁부터는 이따금 초딩 자녀를 둔 아빠, 아니면 커플들이 주로 온다.

대놓고 콘돔을 사고, 대놓고 스킨십을 해대는 것들 말이다.


어디든 깔끔한 사람들은 조용히 와서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물건을 사서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는 잽싸게 결제 후 사라진다.


돈 없는 콘돔 커플들은 이곳에서 데이트를 하며 조잘대다가 12700원어치를 27분 동안 장소를 빌려 쓴 뒤 사라진다.


그래도 대부분은 친절하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무조건 인사를 하면 상대방도 거진 87프로는 같이 인사를 한다.


참 좋다. 그거는...


내가 편의점에 손님으로 갔을 때 엠지 알바들은 손님이 오든 말든 지 핸드폰만 쳐보고 에어팟이나 껴고 나몰라라나 하고 있다.


뭐 이해는 간다. 시간만 때우면 최저시급은 받으니까...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손님이 오든 말든 계산만 해주면 되겠지. 그런데 너무 재미도 없고, 기분도 별로다.


내가 스벅을 가면, 거기 일꾼들도 가식이든 아니든 반갑게

맞이해 준다. 난 그게 늘 인상적이었다. 그들도 매 시간 매 분, 손님에게 친절하게 하는 것이 쉬울까?


17시간은 꽤 길다. 하루 24시간 중에 70프로다.

물론 난 고작 이틀이다.

그것도 심야도 아닌, 6시부터 23시까지다.


누가 떠밀지도 않았고,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다.

내가 자발적으로 자진해서 선택한 알바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다가도,

또 나름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한다고 나름 위로 및 합리화 중이다.


마인드 셋의 차이일 수도 있고,

긍정을 굳이 대입하는 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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