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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가좋아서 Jun 13. 2019

표현만으로 와인 맛을 알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와인 맛은 와인병 수와 같다고 한다. 같은 와인일지라도 한 병, 한 병 모두 맛이 다르다는 뜻이다. 나는 여기 서 하나를 더 곱하고 싶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와인 맛은 세상의 모든 와인병 수 곱하기 모든 사람의 수.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 르기에 이 세상의 와인 맛은 존재하는 와인 병 수 곱하기 이 세상 사람의 수가 되어야 정확하지 않나 싶다. 이토록 다양하게 존재하 는 맛을 우리는 언어로 얼만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최근에 뜨거운 방송 열풍이 있다면 바로 쿡방일 것이다. 지금은 조금 주춤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다양한 먹거리, 마실거리 방송을 TV를 켜고, 인터넷을 접속하면 볼 수 있다. 여러 방송을 보면서 늘 궁금했던 것은 과연 맛을 표현하는 게 어디까지 가능한 지에 대해서이다. 맛이라고 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 긴 할까. 아니 그 표현을 보면 그 맛이 무슨 맛인지 우리는 알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달다, 짜다, 시다, 쓰다 등의 감각의 표현과 요리에서 무슨 향이 나며 대체로 질감이 어떤지에 대한 표현만으로 그 음식의 맛을 이해하기는 당연히 힘들다. 내가 직접 그 음식을 경험한 맛이라면 대략적인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그 맛을 알 수 있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라면 그 맛은 세상 어 떤 표현을 들어도 제대로 유추하기가 힘들다. 


씹히는 맛이 좋고 단맛과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져있으며 쫄깃하고 담백하다. 

투명한 색상에 스파클링이 아주 많이 올라오고 스위트하고 산뜻한 신맛도 꽤 느껴지고 레몬과 라임 향이 은은하게 난다. 


잠시 생각해보자. 저 두 개의 표현이 어떤 걸 먹고, 마시고 난 후의 표현인지. 아무런 정보 없이 단순히 위의 두 개의 표현만을 가지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고 표현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사 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저 두 개의 표현은 위는 만두를 먹고 난 맛을 표현한 것이고 아래는 사이다를 마시고 난 맛을 표현한 것이 다. 만두와 사이다 모두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먹고 마시지만 특 별히 머리를 쥐어짜서 추측하지 않는 이상 저 표현만으로 어떤 것 을 말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 맛의 경험이 있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음식과 음 료를 위와 같이 표현한다고 해서 그 맛을 알 수는 없다. 즉 와인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결국 내가 맛보지 못한 와인 맛을 표현만으로 알 수는 없다는 뜻이다. 다음 표현을 보자.


① 진한 심홍색을 띠며 가장자리는 자주색에서 루비색이 감돈다. 복합적인 향을 내며, 은매화·제비꽃·검은 과일들·초콜릿· 바닐라·흙의 향이 난다. 맛 좋고 우아하며 깊이감과 농축미를 겸비한다.


② 블랙 체리색을 띠며 가장자리는 자주색이 감돈다. 숙성되면서 타일빛 붉은 색으로 변화한다. 강렬한 향으로 짙은 색 과일들, 자두·가죽·야생 과일·향신료·흙의 향이 난다. 경이로운 복 합미, 풍부하고 견고한 구조감, 숙성되고 나면 원숙해지는 타닌 이 특징이다.


어떤 맛이 예측되는가? 마스터 소믈리에가 두 개의 와인을 마시 고 표현한 기록이다. 언뜻 보기에 크게 다르지 않은 두 개 와인은 첫 번째는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을 마시고 표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을 마시 고 표현한 것이다. 나라도 다르고, 품종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실 제로 두 개의 맛을 각각 봐도 전혀 다른 맛을 나타낸다. 하지만 위 의 두 개의 표현만으로 실제로 느껴질 맛의 차이를 우리는 쉽게 구분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나 각기 와인들은 다른 종류의 술이 아니라 같은 와인이기 때문에 표현의 범위가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어도 결국 반복되는 표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와인 맛을 알아도 표현만으로 맛을 유 추하기가 더욱 힘든 것이다. 제 아무리 남들의 테이스팅기를 읽어 봐도 내가 마셔보지 못한 와인의 맛을 알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본 격적인 테이스팅 방법을 배우기 전에 분명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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